오피니언 > 사설

[사설] 보고 싶은 통계만으로 최저임금 효과 90%라는 청와대

“통계 왜곡하면 정책 진단과 처방 엉뚱하게 흘러갈 가능성 높아… 잘못된 정책은 궤도 수정해야”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가구별 근로소득이 아닌 개인별 근로소득을 분석한 결과”라고 밝혔다. 국책연구기관을 통해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분석했더니 개인별 근로소득의 경우 하위 10%를 제외하고 올해 소득증가율이 지난해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런 통계를 인용한 뒤 논란이 이어지자 해명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 설명은 한마디로 견강부회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현장의 아우성이나 경제 부작용은 외면한 채 소득주도 성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억지로 짜맞춘 궤변으로 들린다.

통계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통계는 정책 방향의 근거가 된다. 통계를 왜곡하면 잘못된 진단이 내려지고 엉뚱한 처방이 나오게 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의 기본 단위는 근로자 개인이 아니라 가구다. 그런데 청와대는 일자리가 있는 개인으로 한정하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나 피해를 본 자영업자 통계는 쏙 빼놓고 있다. 경제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은 외면한 채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실업률이 4.5%로 17년 만에 최악으로 치솟고 매달 30만명씩 늘어나던 취업자 수가 3개월 연속 10만명대 증가에 그쳤다. 무엇보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포진해 있는 도소매·숙박업 취업자가 급감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인정한 터다. 업체들은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가격을 올리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려줘도 물가가 오르면 임금 인상 효과가 반감된다.

단편적으로 유리한 통계만 떼어내서 발표하는 것은 정책 효과를 호도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10년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인 6.2%보다 3배 가까운 16.4%를 올렸으니 근로 상태에 있는 개인 근로자의 소득이 늘어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런 걸 놓고 최저임금 인상이 90% 효과 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홍 수석은 근로자 가구의 평균 소득은 하위 20%가 0.2% 증가한 것을 비롯해 모든 소득분위에서 늘어났다고도 했다. 전체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하위 20%의 소득이 작년 1분기보다 8% 감소했다는 통계청 자료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작금의 경제 상황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합리화하며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일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소비와 투자가 줄고 있고 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경고음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연구기관들에서 나오고 있다. 교묘하게 입맛에 맞춘 통계로 여론을 호도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궤도를 수정하는 게 옳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