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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미 실무회담에서 비핵화 세부사항 문서화해야

“동시다발적 접촉과 김영철 방미 등 막바지 힘겨루기 돌입… 북한 핵탄두 국외 반출 등 난제 많아”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양국 간 사전 협상에서 상당한 속도감이 느껴진다. 정상회담 장소인 싱가포르에선 의전 문제 등을 논의할 실무회담이 29일 시작됐고, 판문점 협상팀도 의제 조율을 재개한다. 보완적 성격의 뉴욕 채널도 가동되고 있다. 특히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카운터파트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고위급 회담을 위해 중국 베이징을 거쳐 30일 미국으로 향한다. 김영철-폼페이오 회담은 사실상 정상회담의 전초전 성격이라는 점에서 결과가 주목된다. 정상회담을 2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마지막 힘겨루기가 본궤도에 오른 셈이다.

다양한 실무회담 체계가 잡혔다고 해도 낙관은 섣부르다. 의제 조율의 최대 난관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접점을 찾기가 여전히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강도 검증을 포함한 일괄 타결을 요구하는 미국에 맞서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조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핵 폐기의 첫 수순으로 거론되는 북한 보유 핵탄두 국외 반출 문제에선 타협점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미래 핵뿐만 아니라 보유 핵무기도 폐기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라는 게 미국의 요구다. 핵을 완전히 놓기가 쉽지 않은 북한으로선 미 본토 공격력을 갖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특정 유형의 미사일 조기 반출 카드로 대응할 공산이 크다. 근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기에 또다시 회담 자체가 출렁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무회담에서 모든 사항을 합의할 수는 없다. 양측이 동의하는 정상회담 합의 내용과 로드맵 등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는 게 맞다. 그러나 다소 어렵더라도 최대한 세부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힘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고도 이행 단계에서 약속을 파기한 게 한두 번이 아닌 만큼 미국은 확실한 보장 장치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핵 프로그램 폐기 선언과 시한, 검증 등 단계별로 구체화해 문서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이 체제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북한을 만족시킬 구체적 방안을 내놓아야만 합의가 가능하다.

북한은 비핵화 시간표를 최대한 앞당기는 데 동의해야 한다. 핵·미사일 중 일부를 곧바로 포기하는 선제조치를 취한다면 진정성을 입증받는 좋은 징표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수용 못할 이유가 없다. 그래야만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또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나 탈북 여종업원 송환을 계속 요구하는 것은 회담 분위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이 정상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선 더 이상 신뢰 구축에 악영향을 미치는 언행은 삼가길 바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 큰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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