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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정에 선 MB… 공정한 재판으로 사법 정의 세워야

뇌물수수·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첫 공판이 2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 전 대통령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3월 22일 구속된 지 62일 만이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9주기가 되는 날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꼭 1년 전 피의자로 첫 재판을 받은 날이기도 하다. 전직 대통령들의 퇴임 후 불행한 역사가 어김없이 반복되는 우리의 후진적 정치 수준을 웅변하는 듯한 기이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111억원대 뇌물수수와 349억원대 횡령, 조세포탈 등 모두 16가지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그동안 혐의 대부분을 부인해 왔다.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3억원을 받은 사실과 다스 법인카드를 일부 사용하고 다스 자금으로 선거캠프 여직원의 급여를 지급한 사실 정도는 인정했지만 그마저도 뇌물이나 횡령은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도 모두진술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판부가 검찰의 무리한 기소의 신빙성을 가려 줄것”이라고 밝혔다. 사면의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충격이고 모욕”이라고도 했다. 수사나 구속 및 기소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헌정사상 유례없는 짜맞추기 표적수사”란 표현까지 써가며 강하게 반발했던 것에 비해 수위는 약했지만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는 기조는 변함이 없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의 치열한 법정 공방은 불가피해졌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는 결국 재판을 통해 가려질 수밖에 없다. 재판부는 공정한 재판을 통해 사법 정의를 세워야 할 것이다. 정치 논리와 여론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증거와 법리에 입각한 재판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확정판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존중돼야 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돼야 하는 건 물론이다. 이 전 대통령도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으로 일관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 법원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혐의가 상당 정도 소명됐다는 걸 의미한다. 변명으로 혐의를 부인하며 ‘정치적 희생양’ 프레임에 기대다가는 더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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