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우 “예민했던 나, 가장이 되고 보니 점점 달라져” [인터뷰]

“제가 엄청 쉽게 질리는 편이에요. 그래서 특별한 취미도 없죠. 배우란 직업을 택한 이유도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역할이 계속 바뀌니까. 그래야 재미있지 않나요? 똑같은 걸 또 하라면, 전 지겨워서 못할 것 같아요.”

배우 김강우(40·사진)의 대답은 솔직담백했다. 그의 빼곡한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다 문득 궁금해진 질문 하나를 던진 참이었다. 매 작품마다 놀라우리만큼 부지런하게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김강우를 만났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영화 홍보에 드라마 촬영까지 겹쳐 2주 넘게 하루도 쉬지 못했단다. 7일 개봉한 ‘사라진 밤’으로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그는 지난 3일 첫 방송된 토요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MBC·이하 ‘오작두’)로도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사라진 밤’은 스페인 영화 ‘더 바디’를 리메이크한 작품. 국과수 사체 보관실에서 사라진 시체를 둘러싼 하룻밤의 사건을 그린다. 극 중 김강우는 아내(김희애)를 죽이고 완전범죄를 계획한 남편 진한 역을 맡았다. 아내의 시체가 사라진 뒤 형사(김상경)의 의심을 받자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히는 인물이다.

“스릴러 장르는 매력적이면서도 어려워요. 계산을 많이 해야 하거든요. 이번엔 점점 궁지에 몰려 피폐해지는 호흡을 분 단위로 쪼개서 계산했어요. 제가 주도적으로 나서기보다 리액션에 치중한 점도 전작들과 달랐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영화가 나온 것 같습니다.”

‘오작두’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각박한 현실에 결혼도 포기한 도시 여자(유이)가 순수함을 간직한 산골 남자(김강우)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 대동소이한 로맨스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김강우는 오작두란 캐릭터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

“오작두는 지극히 정상인이에요. 정상적인 생각을 갖고 남을 배려하며 살죠. 근데 요즘 이런 사람이 잘 없잖아요. 그러니까 오히려 비정상처럼 느껴지죠. 시청자들은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해요. 호감을 보내주실지, 비현실적이라고 하실지.”

데뷔 17년차인 김강우는 “지긋지긋했던 연기가 점점 좋아진다”고 했다. 결정적 터닝 포인트는 2년 전 출연한 연극 ‘햄릿-더 플레이’였다. 초심으로 돌아간 공연. 극도로 힘들었으나 끝내고 나니 후련했다. 그러고 나선 연기라는 일이 다시 소중해졌다.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젠 길게 보기로 했어요. ‘한 작품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10년씩 끊어서 생각해보자.’ 그러니까 마음이 한결 좋아지더라고요. 제가 편해지려고 터득한 방법이죠.”

아내와 두 아들은 그를 멈추지 않게 하는 힘이다. “전 원래 다혈질에 예민한 사람이었어요. 근데 점점 바뀌고 있죠. …배우가 제 삶의 전부는 아니에요. 일과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조화롭게 꾸려가는 게 제 인생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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