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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 정상회담 서두를 일 아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9일 남한을 방문했다. 김정은의 의중을 누구보다 꿰뚫고 있는 최고 실세다. 2박3일의 방남 일정 동안 내놓을 메시지 내용에 따라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한반도 정세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라이트는 1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이다. 구두든 서면이든 김정은의 친서가 전달될 수 있다. 남북 최고지도자의 간접대화다. 이와 관련, CNN은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8월 15일 전후로 예상했다. 성사된다면 남북 관계 개선의 확실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의도의 순수성이다. 북한은 대표단 구성과 방남 경로, 방식에 있어 일부러 대북 제재와 충돌하는 행태를 택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규모를 줄이긴 했지만 전날 건군절 열병식을 통해 핵무력을 과시했다. 북핵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면서 남한 정부를 공략하고 있다. 핵 능력 고도화를 위한 시간 끌기 의도도 엿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을 ‘핵 있는 평화’라는 논리를 입증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북핵 폐기가 담보되지 않은 남북 관계 개선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정부는 공조 와해를 노리는 북한과 압박 강도를 높이는 미국 사이에 놓여 있다. 원칙을 지키는 세심한 대응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을 통해 김정은에게 비핵화 외에 제재를 풀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말해야 한다.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한국이 제재에 앞장설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성과가 담보되지 않은 ‘회담을 위한 회담’은 목표일 수 없다고 했다. 올바른 시각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말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건 섣부르다. ‘평창’ 이후 북한의 태도 변화와 국제사회의 대응 추이를 지켜본 뒤 추진해도 늦지 않다. 긴 호흡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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