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길을 묻다-메디블록 이은솔 대표] 블록체인 기술 치료접목 선구자… “의료정보 플랫폼 구축”

“의료 쪽의 IT도입이 특히 늦은 편이죠. 금융에서는 오래 전부터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정보를 발급받을 수 있었지만, 병원에서는 아직도 종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병원 전산시스템이 복잡하기도 하고요.” 블록체인 물결이 의료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도 선두에 나섰다. 한양대 의과대학 영상의학과를 졸업한 이은솔(33·사진) 메디블록 대표와 치과의사 고우균(34)씨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 의료분야 암호화폐 메디토큰(MED)을 개발해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했다.

또 조만간 메디토큰으로 거래할 수 있는 개인의료정보 오픈 플랫폼을 조성할 계획이다. 두 명의 젊은 의사가 만들어낸 혁신은 어떤 반향을 불러올까.

이 대표는 영상의학과 전문의이자 고등학교 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다루던 공학도였다. 프로그래밍 실력으로 관련 경시대회에서 입상한 전력도 있다. 고우균 공동대표와는 서울과학고 동기이기도 하다. 공학도의 시선으로 보니 병원 시스템의 단점이 더 크게 눈에 띄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메디블록이 찾은 해결책은 ‘블록체인 기술’이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에 의료정보를 담아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 병원기반 의료정보관리 문제 등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점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환자는 제3자에 의한 개인정보유출이나 조작을 걱정하지 않고, 연구자들도 양질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정보관리는 한층 더 편리해진다”고 말했다. 환자 진료기록과 라이프로그 등 통합의료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의료기관 방문 시 의사에게 진료에 필요한 제공할 수 있다. 블록체인 상에서 생성된 기록은 조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뢰성도 보장된다. 연구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주제다. 기존에는 특정 의료기관 등 한정된 데이터만 모을 수 있었지만 이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국가와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방대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메디토큰을 이용해 자신의 의료정보를 판매할 수도 있다.

의료계의 관심도 높다. 최근 경희대치과병원은 치과종합검진센터의 의료정보 운영에 메디블록의 플랫폼을 적용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외에도 몇몇 병원과도 내부논의 중에 있다. 이 대표는 “의료계에도 반기는 분이 많다”며 “그동안 병원을 중심으로 환자 의료정보를 관리·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한 기관에 한정돼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기존 시스템에 답답함을 느끼던 분들을 중심으로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여러 병원 등에 흩어진 개인 의료정보를 하나로 모아 관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료정보의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 대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고 제시했다. 그는 “과거 JPG파일이 특정 프로그램에서만 열렸던 시절이 있지만 이제 대부분 이미지뷰어에서 열 수 있지 않느냐”며 “플랫폼이 생기고 표준을 통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한 것이다. 의료정보시스템도 많은 표준을 아우르는 플랫폼이 생긴다면 그 안에서 변환 등 표준화 문제가 충분해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디블록은 현재 의료정보 오픈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로드맵대로라면 올해 말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가까운 미래에는 스마트폰에 앱 하나만 깔려있으면 국경을 넘어서도 의료의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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