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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꾸 불거지는 한·미 불협화음… 소통에 역량 집중해야

“진지하게 군사적 행동 준비하는 미국… 동계올림픽 이후 북핵 위기 극복할 긴밀한 공조 절실하다”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기 위해 평창에 간다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관계가 진전과 후퇴를 거듭하며 복잡하게 얽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북대화가 재개됐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전혀 줄지 않았다. 고위급 회담을 포함한 남북 당국자 사이에 몇 차례 회의가 열렸지만 북핵 문제는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에서도 양국 정상의 생각이 다르다는 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의 방한을 기점으로 남북대화가 자연스럽게 북·미 대화로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펜스 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하고, 이를 계기로 북한이 평창에 최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해 자연스러운 북·미 접촉을 이룬다는 구상은 단순한 희망사항에 불과했던 것이다.

공고한 한·미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우리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낭만적인 생각을 냉혹한 한반도 정세에 기계적으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올림픽을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계기로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화해 분위기 조성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만 할 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약화시키는 행동을 하며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양해를 구하고 있다. 공고한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미국과의 신뢰, 소통에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꾸 만들고 있다.

올림픽이 끝나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은 도발에 다시 나설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진지하게 군사행동을 준비하고 있음이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였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의 낙마를 계기로 드러났다. 군사적 충돌이 가져올 피해를 생각하면 어느 때보다 심각한 고비인 것이다. 이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더욱 절실해졌음을 의미한다. 빅터 차 교수가 낙마한 이유를 따질 것이 아니라 1년 넘게 공석이었던 주한대사 낙마 사실을 미국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는 점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 앞에는 대북 제재를 강력히 유지해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면서도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막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놓여 있다. 미국과의 철저한 협력 없이는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풀 수 없는 게 현실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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