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호텔에 버버리·랑콤… 유엔 제재에도 명품 즐비

南에 첫 공개 北 마식령 호텔

9층·5층 짜리 2개 동으로 구성
난방 등 편의시설 잘 갖춰져
1400만원대 커피 머신도

종업원 “같은 민족에겐 할인”
지하 무도장 외국산 일색
南서 유행 ‘뽑기 인형’ 눈길

북한이 ‘사회주의 문명’의 상징으로 선전하는 마식령호텔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해외 명품 브랜드 제품이 즐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는 대북 사치품(luxury goods)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그런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마식령호텔은 우리 측 취재진에게 처음 공개됐다.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마식령스키장에서 열린 남북 공동훈련에 참가한 우리 측 선수단은 마식령호텔에서 하루 묵었다. 앞서 시설 점검 차 2박3일간 방북한 남측 선발대도 이곳을 베이스캠프 삼아 활동했다.

마식령호텔은 9층짜리 1호동과 5층짜리 2호동으로 이뤄졌다. 난방과 전기 상태는 양호했고 호텔 내부에 여러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1호동 안내데스크로 들어서면 왼편에 커피와 마카롱 등을 판매하는 바가 나온다. 커피 머신은 이탈리아제 ‘라 심발리’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유튜브에 올린 마식령호텔 내부 영상에 이 커피머신이 등장하는데, 같은 제품의 국내 가격은 1400만원대다.

2층 상점에는 북한산 화장품 ‘은하수’와 함께 ‘버버리’ ‘랑콤’ ‘겐조’ ‘시세이도’ 제품 판매되고 있다. 바로 옆에는 북한의 ‘어깨동무’ 가방과 스위스 브랜드 ‘발리’ 가방이 나란히 진열돼 있다. 발리 가방은 북한 돈으로 4만1000원(약 400달러)이라고 했다.

상점 봉사원 김일심씨는 1일 “외국 손님이 많아 (해외 제품을) 준비한 것이지 우리 상품이 더 많이 팔린다”고 했다. 김씨는 남측 고객에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같은 민족은 할인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가격을 깎아주기도 했다.

지하 무도장에선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등 유명 양주와 ‘하이네켄’ 맥주, ‘페리에’ 탄산수가 판매됐다. 무도장 가라오케 시설의 드럼은 일본 ‘야마하’ 제품이다. 무도장 봉사원은 “저렴한 가격으로 노래할 수 있다. 하루에 수십 명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1호동과 2호동 사이 길목엔 남측에서 유행하는 인형뽑기 기계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호텔에는 꽤 넓은 수영장도 있다.

유엔 안보리가 규정한 사치품의 범위는 매우 넓다. 안보리는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한 결의 1718호에서 북한으로의 사치품 공급 판매 등을 금지했다. 안보리는 새 결의를 채택할 때마다 사치품 품목을 보석류, 고급 시계 등으로 확대했다. 2016년 3월 나온 2270호는 ‘사치품은 특정 품목을 포함하나 이에 국한되지는 않는다(not limited to)’고 규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2일 “어떤 제품을 사치품으로 정할지는 회원국 재량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마식령호텔의 유명 브랜드 제품들이 금수 대상에 해당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2013년 12월 개장한 마식령스키장과 호텔은 스위스 유학파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 이후 공들여 지은 시설이다. 북한은 “10년이 걸려도 할 수 없는 방대한 공사를 1년 만에 해냈다”며 이를 ‘마식령 속도’로 규정하고 선전해 왔다.

권지혜 기자, 마식령=공동취재단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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