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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탄저균 백신 소동, 청와대의 어정쩡한 해명이 문제다

난데없는 탄저균 백신 소동이 일고 있다. 청와대가 북한의 테러 공격에 대비해 탄저균 백신을 외국에서 구입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 관계자 500여명이 주사를 맞았다는 한 언론의 보도가 출발점이다. 이는 빠르게 퍼지면서 국민감정을 자극했다. ‘탄저균 백신을 모든 국민에게 보급하라’는 내용의 글 30여건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랐고 SNS에는 비난 글이 쏟아졌다. ‘끔찍한 일이 벌어지면 청와대만 살려고 하느냐’라는 게 골자다. 이미 알려진 사실에 약간의 허위를 보태 자극적으로 둔갑시키는 전형적인 페이크 뉴스가 일으킨 소란이다.

문제는 청와대의 대응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지난 7월 경호처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백신 구매를 의뢰했고, 지난달 치료제로 350분을 도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문 대통령 등이 예방 접종을 받았다는 것은 오보이므로 정정보도를 요청하겠다고 해명했다. 탄저균은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면서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 최근에는 북한이 탄저균을 ICBM에 싣는 실험을 시작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만일 북한이 생화학 공격에 나선다면 가장 먼저 청와대를 겨냥할 것이다. 청와대 경호처가 대통령을 비롯해 핵심 인사들을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청와대는 북한의 공격은 없으리라는 희망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현실 사이에서 이해되지 않는 해명을 내놨다. 백신 구입은 2016년 박근혜정부에서 결정돼 2017년 예산안에 반영됐고 문재인정부 청와대는 절차에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정당한 절차에 따라 비상사태에 대비한 것은 맞지만 국민감정을 상하게 한 책임은 이전 정부에 있다는 논리다. 청와대가 북한의 탄저균 공격 위협을 직시하고 국민 개개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했다면 반감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백신의 국내 생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소량을 구입했다는 말 외에 평범한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설명은 정부 부처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신 도입을 누가 결정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청와대는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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