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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이기수] 조산아 사망 사건의 교훈

입력 : 2017-12-20 17:10/수정 : 2017-12-20 20:43
[내일을 열며-이기수] 조산아 사망 사건의 교훈 기사의 사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2015년 초여름, 곤욕을 치른 삼성서울병원이 문득 떠올랐다. 지난 주말 이대목동병원 소아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던 조산아(미숙아) 4명이 잇달아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삼성서울병원은 당시 첫 환자 확인 한 달여 만에 병동 부분 폐쇄, 다시 보름 뒤 전면 폐쇄했다. 메르스 환자 15명을 모두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시보라매병원으로 보내는 수모도 겪었다.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국내 최고 병원으로 꼽히던 삼성서울병원이 그렇게 속절없이 무너지리라고는…. 우리는 그해 겨울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말자 다짐하며 질병관리본부 위상을 한 단계 격상하고 부실한 방역체계를 재정비했다. 환자안전법을 제정, 안전사고를 줄이는 기틀도 마련했다.

“메르스 사태는 한국의료의 구조적 모순을 낱낱이 드러낸 역사적 사건이다. 훗날 우리 의료사는 메르스 사태 전과 후로 나뉠지 모른다. 아니, 그런 구분이 가능할 정도의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때 메르스 사태를 결산하며 이렇게 정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이 예측은 3년도 안 돼 여지없이 빗나가게 됐다. 이대목동병원의 조산아 연쇄 사망 사고가 병원 내 슈퍼박테리아(항생제 다제내성균) 감염에 의한 환자안전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토록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도 우리의 의료 환경은 최근 몇 년간 달라진 게 없음이 재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는 첫 환자 발생 뒤 약 한 달 반 사이 186명의 환자와 33명의 사망자를 냈다. 국내 병원들의 부실한 감염관리가 방아쇠 역할을 했다. 섣부른 예단이길 바라지만, 이번 사고도 무늬만 다를 뿐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우선 사고 발생 후 초동대처에 문제가 있었다. 병원 측은 첫 환자 사망 후 보건당국에 환자 안전사고 발생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지역보건소는 경찰 통보로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병원 관계자는 “의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해서”라고 해명했다. 병원에서, 그것도 24시간 집중감시가 이뤄지는 소아중환자실에서 일어난 일을 의료진이 모른다고 하면 도대체 누구한테 물어보란 말인가.

둘째, 의인성(醫因性), 즉 병원 내 감염 차단을 위한 노력도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한 사망 환아 부모는 방송 인터뷰에서 의료진이 처치를 하고 나서 소독도 하지 않은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공갈젖꼭지를 주워 아무렇지 않은 듯 아기의 입에 물리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모든 처치를 하기 전에 혹시 있을지 모를 세균 전파를 막기 위해 젤 성분의 소독제로 손을 소독하거나 위생장갑을 갈아 끼게 돼 있는 간호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얘기다. 인큐베이터의 뚜껑을 열어두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셋째, 해당 구역 의료기기의 오작동, 약물 투약 오류 등이 원인일지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및 검체 분석에서 정확한 사망 경위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관리를 제대로 못한 병원 측의 잘못이 덮어질 것 같진 않다. 정부는 차제에 국내 병원에서 이런 사고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게 환자안전관리 실태를 더 꼼꼼히 점검하고 감독해야 한다.

병원 내 감염을 줄이는 길은 애당초 세균의 침투를 원천봉쇄하는 것이 최선이다. 병원에서 의료진이 환부를 알코올 솜으로 닦거나 수술 시 손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위생장갑을 착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심지어 간단한 진찰을 할 때도 위생장갑을 갈아 낀다.

슈퍼박테리아의 전파는 항생제 남용과 부실한 병원 내 감염관리가 주원인이다. 환자안전을 위해 의인성 감염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대목동병원의 조산아 연쇄사망 사고는 구호뿐인 형식적 감염관리로는 제2, 제3의 환자안전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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