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르는 한 달 동안 나뭇더미와 씨름했다. 땔감을 다 쌓은 그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어디선가 기운과 활력이 솟아난 것이다. 뮈팅은 그 비결이 나무라고 느꼈다. 통나무를 들었을 때의 감촉, 시에 속한 듯한 느낌을 주는 냄새, 장작더미에서 느끼는 안도감, 벽난로 앞에 앉아 있는 즐거운 상상….
저자는 노르웨이 곳곳을 다니며 북유럽에 전승되는 땔나무에 대한 지식을 집대성한다. 자작나무는 발열량이 높고 불똥을 튀지 않아 거실에서 주로 사용된다. 반면 가문비나무는 ‘부엌 장작’으로 불렸다. 빨리 불이 붙고 고르게 타 온도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성냥개비는 대부분 사시나무로 만든다. 발열량은 높지 않지만 쉽게 쪼개지고 불꽃이 쉽게 조절되기 때문이다. 책은 나무의 특징, 다양한 연장, 장작더미 쌓고 말리는 법, 친환경 난로 등을 상세히 소개한다. 정보를 정리하는데 그친다면 이 책은 단순 실용서에 머물 것이다.
그런데 뮈팅은 문학 과학 역사를 동원해 장작에 응축된 북유럽인들의 삶과 지혜를 보여준다. 여성들은 젊은 남자가 장작을 쌓는 법을 보고 배우자로서 성격을 판단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꼿꼿하고 튼튼하게 장작더미를 쌓는 사람은 곧고 듬직한 남자, 장작더미를 무너뜨린 남자는 의지박약한 남자, 바닥에 널브러지게 장작을 쌓는 남자는 무지하고 방종한 남자로 평가했다. 그럼 장작더미가 없는 남자는? 신랑감이 아닌 것으로 간주했단다. 실용서도 재미있고 우아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책이다.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도끼를 들고 장작을 패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만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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