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劉‘중도통합’ 손 내밀었지만 속내는 ‘아생살타’

유승민, 새 대표 당선 후 안철수 예방 ‘가능성’ 모색

본격 논의 아니었지만 ‘연대·통합론’ 맛보기 언급
劉 “호남배제론은 지역주의 극복 요구였을 뿐”
安 “예산·개혁입법 성과 내면서 환경 조성”

뭉치지 않고는 원내 존재감 미약 ‘절박감’ 역력
모두 대선 유력 후보… 결국 ‘나 먼저’ 치킨게임
국민의당 ‘호남 반발’ 바른정당 ‘추가탈당’ 막기 숙제

대선 후보들의 당대표 복귀가 완료된 야3당이 본격적인 존재감 제고에 돌입했다. 이들은 고공비행 중인 문재인정부와 여당을 끌어내려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해야 하는 공동의 숙제를 안고 있다. 일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14일 ‘중도통합’을 공통분모로 먼저 정계개편의 시동을 걸고 나섰다.

두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국민의당 대표실에서 만났다. 유 대표가 취임 인사차 안 대표를 예방하는 자리였지만 단순한 인사치레 수준은 아니었다. 끊임없이 연대·통합론이 제기돼 온 양당 수장이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상견례를 갖는 느낌이 강했다.

안 대표는 “함께 새로운 개혁의 파트너로서 할 수 있는 여러 일들에 대해 깊은 논의와 협력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유 대표는 “국민의당 교섭단체 연설을 들으면서 바른정당과 국가안보, 경제민생, 정치개혁 등 많은 부분에서 생각이 일치하고 협력할 부분이 넓겠다는 공감을 했다”며 “진지한 협력 가능성을 이야기해 보기 위해 방문했다”고 화답했다.

두 대표는 회동에서 그간 언론을 통해 전해졌던 연대·통합에 대한 각각의 입장을 설명했다. 특히 유 대표는 국민의당 중진의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자신의 ‘호남배제론’에 대해 “지역주의를 극복하자는 요구였을 뿐 호남 배제가 아니라는 점을 당에 잘 설명해 달라”고 당부했다.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정책연대 법안 7개를 비롯해 최저임금·공공일자리 등의 사안도 지속적으로 협력해 가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안 대표는 회동 후 “당장의 현안인 예산과 개혁입법에 대해 열심히 성과를 내면서 자연스럽게 선거연대 등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대표의 적극적 스킨십에는 거대 양당 사이에서 위협받고 있는 ‘3당’들의 고민이 묻어 있다. 국민의당(40석)과 바른정당(11석)으로선 단일대오를 조성하지 않고는 원내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섭단체 지위마저 잃은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국민의당도 ‘민주당(또는 자유한국당) 2중대’ ‘줏대 없는 정당’이란 프레임을 탈피하기 위해선 최대한 몸집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양측의 정치적 이해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안 대표와 유 대표는 다음 대선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조기 재등판’이라는 일종의 정치실험에서 상호 우위에 서지 않으면 대선 후보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당내 입지도 위태로워진다. 협력하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결국 자신이 상대보다 더 돋보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결국 대권은 하나고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두 당의 내부 상황도 복잡하고 어렵다. 국민의당은 안 대표 체제 출범 때부터 당의 정체성 문제로 몸살을 앓아 왔다. 특히 호남 중진의원들 및 ‘반(反)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의 반발을 봉합하는 게 시급한 형편이다. 바른정당은 남은 11명 의원들의 추가 탈당을 막아야만 하는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중도를 기치로 양측이 연대를 강화한다 해도 당 내부 논리에 따라 언제든 파열음이 불거질 여지가 크다. 국민의당은 21일 의원총회에서 연대·통합 등 당의 노선과 진로를 공유하는 끝장토론을 열 예정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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