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사이… 베트남의 줄타기 외교

11일 막을 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전후로 주최국 베트남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등거리 외교(중립 외교)’를 벌이고 있다. 무역자유화와 남중국해 분쟁 등 갈등이 첨예한 국제정세를 두고 줄타기를 시도한다는 평가다.

12일 베트남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APEC 정상회의가 끝난 뒤 곧장 베트남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 회의 종료 직후인 11일 오후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이 주최한 환영 만찬에서 “베트남은 기적 같은 나라 중 하나”라며 고속 경제발전을 높게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당근’은 남중국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는 소위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꽝 주석에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해결을 중재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직접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베트남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의 무역조건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은 베트남과의 경제협력 확대를 유인책으로 내놓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11일 APEC 정상회의 중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별도 양자회담을 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베트남과의 관계를 크게 중시한다”며 일대일로(一帶一路)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베트남의 최대 수입국이자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수출시장이다. 올해 1분기 중국이 베트남에 투자한 금액만 8억2360만 달러(9220억원)다. 베트남으로서는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과 중국과의 교역 불균형을 함께 해소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튿날인 12일 국빈방문 공식일정을 시작하기 위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도착한 시 주석은 베트남 공산당 고위인사들과 잇달아 만날 예정이다. 베트남 중국대사관은 “양국 정상은 새로운 환경에서 양국 간 관계와 관련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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