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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벌, 셀프 개혁방안 서둘러 내놔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 전문경영인들을 만났다. 지난 6월 4대 그룹과의 만남에 이어 두 번째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정부 국정과제인 재벌 개혁의 중간점검이자 추진 실적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에 따른 회동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장하성 정책실장을 포진시켜 재벌의 병폐를 해소해나간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부 출범 6개월이 되도록 눈에 띄는 성과가 드러나지 않아 재벌의 시간 끌기에 끌려간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김 위원장은 이날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 의지에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질책했다. 그러나 경고가 제대로 먹힐지 의문이다.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재벌 스스로 모범답안을 만들어오라고 하는 등 셀프 개혁에 지나치게 방점을 찍는 탓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화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말로만 재벌 개혁’은 오히려 재벌 총수의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는 비난마저 낳았다. 지주회사가 올해 큰 폭으로 늘었지만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편법으로 지배력을 확대하는 사례가 여전한 데다 총수 일가가 규제의 허점을 노려 지배력을 확대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재벌 개혁의 당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제력 집중을 완화해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지 않으면 경제 활력은 되살아나기 어렵다. 문제는 재벌 개혁이 시장의 역동성과 상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을 옥죔으로써 국내에서의 투자와 생산, 고용을 약화시키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개혁의 속도와 강도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답은 명백하다. 재벌들이 전향적 자세를 갖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말을 가볍게 들을 것이 아니라 엄중하게 받아들여 납득할 만한 자체 개혁 방안을 내놓으면 된다. ‘지배구조 및 소유와 경영 관계 개선’이라는 원칙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개혁은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 의지로 이뤄질 때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가장 크다. 소나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다가는 대대적 수술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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