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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 대통령 시정연설 설득·협력 위한 전환점 돼야

국회와 소통 강화 노력은 긍정적… 여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기를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에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당부하는 시정연설을 했다. 취임 후 두 번째인 시정연설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국회에 도착하자마자 정세균 국회의장실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포함한 여야 지도부를 만났고, 연설을 끝낸 뒤에는 야당 의원들 자리로 찾아가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상복을 입고 본회의장에 입장한 한국당 의원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대형 현수막까지 들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이런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전날까지 국정감사에 매달렸던 여야는 이제 ‘예산 전쟁’에 돌입한다. 내년도 정부 예산은 429조원으로 올해보다 무려 7.1% 늘었다.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0.6%) 이후 최고치다. 문 대통령은 ‘사람중심 경제’라는 말로 일자리·복지 예산을 대폭 늘린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인간답게 사는 대한민국을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첫 예산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생각이 전적으로 옳은지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노인 기초연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청년구직수당 같은 복지 확대정책에 대한 우려를 반대를 위한 반대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아직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도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 국가공무원 증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지원금 같은 핵심 정책을 국회와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정부의 노력도 많이 부족하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국가의 존재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토로하며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설명했지만 야당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단호하게 평가절하했다. 이런 야당의 비판을 정치적으로만 판단할 게 아니다. 관점이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한 뒤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조율해야 한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국회에서 보인 소통을 위한 노력이 일회성 퍼포먼스로 끝나서는 안 된다. 여야가 치열하게 대치하는 국회에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는 국민 모두 잘 알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검찰 등에서 진행 중인 ‘적폐청산’에 가속도가 붙으면 여야관계가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설득을 게을리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국민만을 바라보며 민생을 중심에 놓고 일해야 한다는 점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또다시 예산안을 당리당략의 도구로 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 국회에 계류된 법률안은 7000건이 넘는다. 밤새 일해도 부족하다. 지난달 국감장에서 보였던 무능과 오만, 진흙탕 싸움을 벗어던지고 제대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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