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동물도 축복하셨지만… “애완견 예배당 출입 안돼” 대다수

#서울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이모(36·여)씨는 반려견과 떨어져 있는 게 힘들다. 출근하면서도 집에서 혼자 있을 강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주말이면 항상 강아지와 함께 지낸다.

문제는 주일 예배다. 강아지를 데리고 교회로 갈 수 없어 보통 집에서 방송 예배를 드리다가 이젠 이마저도 포기했다. 이씨는 강아지를 맡아주는 교회가 있다면 거리가 멀어도 출석하고 싶은 심정이다.

#항상 작은 강아지를 캐리어에 넣어 함께 예배에 참석해 온 석모(37·여)씨는 지난 22일 평소처럼 교회에 갔다가 난처한 상황을 맞닥뜨렸다. 얼마 전 개에게 물려 사람이 사망한 사고 때문인지 교인들 표정에서 반감이 느껴졌다. 교회 봉사자들에게 애완견을 맡기는 게 내키지 않았던 그는 고민 끝에 집으로 돌아왔다. 이날 예배는 드리지 못했다.

애완동물 동반 예배엔 대다수 반대

이달 초 한 한식당 대표가 개에 물려 사망한 사고 발생 이후 애완동물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교회라고 예외가 아니다. 애완동물과 ‘동반 예배’를 드리고 싶은 이들과 이에 대한 신학적 논쟁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는 24일부터 이틀간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설문을 진행했다. ‘교인이 개를 안고 예배에 참석한다면?’이란 질문에 25일 현재 90여건의 응답 가운데 ‘문제 삼는다’는, 즉 애완견 동반예배에 부정적인 응답이 40여건이었다. 반면 ‘개의치 않는다’는 답변은 10여건이었다. 동반예배에 대한 찬·반 입장만 따진다면 반대 입장이 약 80%로 압도적이었다. 나머지 기타 응답도 40여건 차지했다.

동반예배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예배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 “개는 영(靈)이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개의치 않는다’는 응답 중에선 “동물도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장애인을 위한 개 등 어쩔 수 없는 경우엔 가능”이라는 의견이 눈길을 끌었다.

기타 응답자들 중에는 “교회 안에 애완동물 보호시설을 마련해 달라”고 제안했다.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맹도견과 애완동물은 구분해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 경기도 성남의 분당우리교회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두고 있다.

목회현장에서는 애완동물을 둘러싸고 목회자들의 고민도 왕왕 생긴다.

서울 강남의 한 교회 목사는 교인으로부터 수긍하기 어려운 요청을 받았다. “가족과도 같은 애완견이 죽었는데 장례예배 집례를 해 줄 수 있겠냐”는 부탁이었다. 목사는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는 “장례예배가 영혼을 주님 품으로 돌려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동물을 위한 장례 예배는 신학적으로도 복잡한 논란이 있다”며 거절 이유를 설명했다.

‘동물신학’ 논쟁 치열해질듯

개신교 예배학에서는 동물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을 어떻게 바라볼까.

2014년 미국 메릴랜드 주의 한 감리교회는 ‘애완견과 함께하는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애완견을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는 성도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신학적으로, 정서적으로 논란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예배학회장을 지낸 정장복 한일장신대 명예총장은 “신학적으로 예배는 찬양과 기도, 신앙고백과 말씀 경청, 축도로 이어지는 제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포함한다”면서 “이 모든 예배행위에 참여할 수 없는 동물이 예배에 참여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동물신학을 연구하는 장윤재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하나님은 창세기 1장에서 피조물 모두에게 복을 빌어 주셨고, 동물도 엄연히 축복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라며 “사람에게 ‘인권’이 있다면 동물에겐 ‘동물권’이 있다. 별도의 공간에서 동물들을 위한 예배를 구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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