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이 결정됐다. 대내외적 경제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의 자동차 등 주력 수출산업이 FTA 개정 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엄포대로 폐지라는 폭풍우를 맞게 되면 더욱 힘든 처지에 놓이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하지만 트럼프의 미국이 우리 기업들에 기회보다는 위기를, 순풍보다는 역풍으로만 작용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관론이다. 냉정하게 살펴보면 우리 기업들에 기회의 창은 있다. 미래 먹거리를 제공할 유망한 미국 기업들에 대한 공격적 인수·합병과 투자 분야다.
미국에서의 기업결합은 거래 시 거쳐야 하는 경쟁 당국의 심사가 관건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보다 공화당 정권 때에 기업결합 심사가 기업 친화적이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을 인수하려던 시도가 몇 차례 무산된 적이 있었다. 심지어 인수·합병 심사보고서에 첨부하는 회사 내부 문서의 내용을 바꿨다가 담당 임원이 미국 법무부의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까지 생겼다. 그러한 상황에 비하면 지금 트럼프의 미국에서는 그동안 눈독을 들여 왔으나 경쟁적 위해에 대한 우려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기업의 인수 시도를 해볼 만한 기회가 열리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기간 중 마치 기업결합과 관련된 경쟁법을 엄격히 집행할 것 같은 언급을 세 차례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많은 미국 경쟁법 변호사들과 주요 언론의 평가는 트럼프가 선거운동의 효과를 보기 위해 적대적인 언론에 대한 경고로 언급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 승인된 기업결합에 대한 비판, 현재 논의 중인 기업결합에 대한 비판 모두 트럼프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언론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을 상대로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쟁법 집행 주요 인사들을 살펴보면 우리 기업이 미국 기업을 인수·합병할 절호의 기회가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정권인수위 공정거래분과장을 맡았던 전 연방거래위원회 위원 조수아 라이트, 연방거래위원회 임시위원장인 마린 올하우센, 상원 인준이 확실해 법무부 반독점국장을 맡게 될 메이컨 델라힘 등은 기업결합과 관련해 오바마 행정부의 경쟁법 집행자들에 비해 기업 친화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농후한 인사들이다. 게다가 해외로 나간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돌아오게 하겠다는 트럼프의 정책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 한·미 FTA 개정의 부정적 여파를 걱정하기보다 미국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과 투자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한 가지 지적할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인재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방거래위원회 위원 정족수 다섯 자리 중 세 자리는 대통령 취임 9개월이 다 된 지금까지도 공석이다. 현재 위원으로 활동하는 두 명은 공화당 인사 한 명과 민주당 인사 한 명으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는 직업공무원들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법집행을 계속해나갈 확률이 크다. 기업 친화적 공화당식 경쟁정책 집행과 트럼프의 정책 실현이 이뤄질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실현시켜나갈 인사들을 조금 더 발굴해 행정부 내에 임명한 직후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기업들이 예전보다 공격적으로 미국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투자를 감행해나갈 시점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하는 지금, 거대한 미래 먹거리 분야는 분명 현재와 다른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 유망한 미국 기업들에 대한 공격적 인수·합병과 투자를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 바탕이 될 유망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또는 투자의 기회가 곧 크게 열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용상 오멜버니 로펌 서울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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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용상] 트럼프가 주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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