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적자시계… 고용보험기금 벌써 바닥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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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기금이 적자 위기에 처했다. 당초 2020년부터 적자 전환될 것이라던 정부 전망보다 빠르다. 문재인정부가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청년내일채움공제’에 투입하는 예산 등을 늘리기로 한 게 원인이다. 그러다보니 현행 1.3%인 고용보험요율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내년도 고용보험기금 예산으로 올해보다 11.8% 늘어난 11조182억원을 책정했다. 청년취업·육아휴직 지원을 위해 사용액을 늘린 것이다.

주요 사업일수록 예산 증가폭이 컸다. 중점 추진하려는 9개 주요 사업의 예산 증가분 총액은 1조4492억원이다. 구직급여 지급액 증가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올해보다 8221억원 더 늘렸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서 구직급여 하한액이 일일 4만6584원에서 5만4216원으로 늘어난 점을 반영했다. 중소기업에서 청년을 추가 고용할 때 지급하는 장려금도 올해보다 1795억원 늘렸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해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으로는 2046억원을 새로 책정했다. 출산휴가급여 등으로 지급되는 모성보호육아 지원 예산은 올해보다 2265억원 더 늘어난 규모로 책정했다.

문제는 공약을 반영하다보니 당초 정부에서 추계했던 것보다 지출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고용부가 지난해 한국사회보험연구소에 의뢰해 작성한 ‘재정 건전성 제고를 위한 고용보험 재정추계 모형 수립’ 보고서를 보면 내년도 고용보험기금 예산은 9조7267억원 정도가 책정될 전망이었다. 고용부에서 배정한 내년도 예산보다 1조2000억원 이상 적은 규모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구직급여 증가나 청년내일채움공제 확대와 같은 변수가 포함되지 않아 괴리가 발생했다. 일례로 구직급여의 경우 내년도 예산으로 5조5761억원을 예상했다. 최저임금 평균 인상분을 고려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면서 내년도 구직급여 예산은 예상치보다 5811억원 늘어난 6조1572억원으로 책정됐다.

예상보다 지출이 늘면 부담이 뒤따른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6∼2025년 8대 사회보험 중기 재정추계’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의 적자 전환 시기는 2020년이다. 2025년이면 적자폭이 2조6000억원까지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누적으로 본다면 2025년까지 6조여원의 적자가 예상됐다. 하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적자 전환 시기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적자 규모도 당초 예상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용보험기금 부실 위험성도 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행 근로자 0.65%, 사업주 0.65%씩 부담하는 고용보험요율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계 결과에 공약 사항이 포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재정 건전성을 판단해 보험요율 조정 등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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