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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이기수] 신종 담배도 과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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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세 논란이 거세다. 보다 못한 한국금연운동협의회(회장 서홍관·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가 전문가 의견 수렴에 나섰다. 최근 국회에 발의 및 심의 중인 담뱃세 관련 두 법안 얘기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9월 15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담뱃세 인하? 오히려 인상이 정답이다!’란 제목으로 문재인정부 금연정책의 방향에 관한 학술행사를 갖는다. 발제자는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이성규 교수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성일 교수다. 이 교수는 이날 ‘왜 담뱃세 인하 주장이 나오고 있는가’, 조 교수는 ‘담뱃세 인상의 사회계층별 파급효과 및 담뱃세 인상 이후 올바른 활용 방향’이란 제목으로 각각 입장을 밝힌다. 자유한국당의 담뱃세 인하 법안 발의에 따른 파문이 가시기도 전에 궐련형(마른 연초를 얇은 종이로 만)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돼 논란이 커지고 있어서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 인상 논란은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자유한국당 김광림 의원이 발의한 개별소비세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불거졌다. 개정안은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 한 갑(20개 들이)당 126원이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일반담배 수준인 594원으로 올리자는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최근 같은 사안에 일반담배와 동일한 수준의 과세 방침을 확정했다. 일본 역시 동일과세를 추진 중이다. 우리는 의견이 갈려 조정이 어려운 모양새다. 28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의결이 보류됐다.

뭐가 잘못됐을까. 혹시 개별소비세만 인상하려 한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차라리 일반담배와 같이 건강증진부담금도 동시 부과하는 쪽으로 접근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우리의 담배과세 체계가 유해성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언뜻 봐도 세수(稅收)가 먼저다. 시판 4500원짜리 담배 한 갑당 건강증진부담금은 841원(18.7%)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담배소비세(22.4%), 지방교육세(9.8%), 개별소비세(13.2%), 부가가치세(9.6%) 등 제세금과 출고가 및 유통마진(26.3%)으로 빠져나간다.

한국인 사망원인 다빈도 질환 1∼3위로 꼽히는 암과 심·뇌혈관질환은 공통적으로 담배와 관련이 있다. 강력한 흡연억제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흡연자들은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못된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담뱃값을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흡연자들이 담배 대체재로 찾는 유사담배, 신종 궐련형 전자담배라고 예외일 수 없다. 피우는 방식만 다를 뿐 외양과 내용물(담뱃잎) 모두 일반담배와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 제조 회사들은 제조원가를 공개하고, 담뱃세와 건강증진부담금을 내는 게 옳다. 그래야 시장 변화를 미처 반영하지 못한 세제상 결함을 악용,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담뱃값을 올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담뱃세 또는 건강증진부담금을 올리는 방법이다. 기자는 부담금 인상이 낫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건강에 나쁜 줄 알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의 ‘기부금’과 같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장기적으로는 담뱃값 구조를 개편하는 정책 개발도 필요하다. 특히 담뱃값 인상 시 건강증진부담금 비율을 대폭 상향 조정하길 제안한다. 담배 팔아 마련한 돈이야말로 금연 프로그램 등 흡연 관련 질환의 예방 및 퇴치사업 지원 기금으로 활용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아울러 청소년들도 이용하는 편의점 등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회사들이 자사 제품 모형을 내걸고 ‘냄새걱정 DOWN’ ‘유해물질 90% DOWN’ 식의 문구로 무차별 광고하는 행위도 제한해야 한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절대 ‘착한 담배’가 아니다. 일반담배와 같이 건강불평등을 부추기는 유사담배일 뿐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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