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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벌 노릇하면서 규제는 피하려는 네이버의 궤변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다음달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자산 5조∼10조원 규모의 준대기업집단(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아가 ‘총수 없는 대기업’ 지정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네이버 지분은 4%대에 불과하고 지난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국내 사업엔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22일에는 개인 지분 11만주를 매각해 지분율을 4.64%에서 4.31%로 낮췄다.

이 전 의장이 총수가 아니라는 네이버의 주장은 재벌처럼 문어발 사업 확장을 하고 이익을 챙기면서 정부 규제는 피해가겠다는 궤변처럼 들린다. 네이버는 검색시장 점유율이 75%가량으로 독과점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조원, 영업이익은 1조원을 넘었다. 3조원가량이 광고매출이다. 소상공인들의 사이버 골목상권 침해나 불공정거래도 심각하다.

네이버가 준대기업으로 지정되고 이 전 의장이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되면 회사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물론 공시 의무와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 등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이를 피하기 위해 자신은 전문 경영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네이버 최대 주주는 10.61%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지만 네이버 이사회 7명 중 유일하게 1% 이상 의결권을 가진 사람은 이 전 의장이다. 해외 투자자들과 주주들은 이 전 의장을 실질적 오너로 여기고 있다. 이 전 의장보다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경우도 많다. 포스코나 KT 등 공기업에서 민영화돼 오너가 없는 기업들처럼 네이버를 취급해 달라는 요구는 누가 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해당 기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네이버의 시장 독과점 문제도 손봐야 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분야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과다하게 커져 폐해가 심각해지자 기업을 강제 분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시장의 거대 기업 독과점과 횡포를 놔두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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