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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번 수능 개편안도 문제투성이다

교육부가 10일 발표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은 고교 교육 내실화와 학생· 학부모의 부담 경감이라는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심지어 ‘2015 개정 교육과정’과는 엇박자가 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시간에 쫓겨 최종안을 만들지도 못했다. 학생을 또 실험 대상으로 삼는다는 불만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1994년 학력고사를 폐지하고 수능을 도입한 이유는 과목이 많아 학생 부담이 크고, 암기력만 평가하는 시험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후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겠다며 등급제를 비롯해 크고 작은 제도변화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공교육은 황폐해졌고 학생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더욱 내몰렸다.

이번 개편안도 그런 악순환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문·이과를 통합해 창의적인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교육과정 개편은 ‘통합사회’ ‘통합과학’이라는 생소한 과목이 시험에 추가되는 것으로 귀결되며 의미가 퇴색했다. 이제 수험생은 문·이과 8개 과목 모두를 추가로 공부해야 하니 수능은 23년 만에 ‘도로 학력고사’가 된 것이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가 없어지지 않은 채 새로운 과목이 생겨 사교육비만 더 들어간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절대평가 확대는 확정하지도 못한 채 2개의 안을 제시하는 데서 끝났다. 공청회를 연 뒤 오는 31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는데 속이 터질 노릇이다. 100년 앞을 내다봐야 할 교육정책을 지금부터 3주일 동안 여론이 어떤지 살펴보고 정하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절대평가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극복할 방안이 나오지 않았는데 무슨 기준으로 최종안을 선택할 것인지 궁금하다.

시험제도를 바꿀 때는 학생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목표가 아무리 좋아도 교육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이 소화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서두른다고 하루아침에 이상적인 교육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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