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자임해 온 국민안전처 폐지가 목전에 다가왔다. 국회 파행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표류하고 있고 야권 일부에서 이견이 있지만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달, 아니면 다음 달이라도 개정안이 통과되면 안전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2014년 11월 19일 출범했으니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막을 내린다. 박인용 안전처 장관은 초대 장관이자 마지막 장관이 되는 얄궂은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보면 안전처 중앙소방본부는 외청인 소방청으로 분리되고,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이전의 해양경찰청으로 환원될 예정이다. 안전정책, 특수재난 지원·협력, 재난관리, 비상대비·민방위, 중앙재난상황실 운영 등 나머지 기능은 지금의 행정자치부와 합쳐진 행정안전부 내 차관급 조직인 재난안전관리본부로 전환된다.
대규모 재난 발생 시 컨트롤타워를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가 맡는 것과 기존 소방방재청에서 방재 기능을 분리해 행안부로 넘긴 것을 제외하면 큰 틀에서 안전처 출범 이전과 비슷한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번 조직개편은 소방과 해경 등 현장 대응조직의 독자성을 높이고 대규모 재난 발생 시 청와대의 초기 대응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와 직결되는 재난안전 조직을 서둘러 개편하는 것에 이견도 있다. 안전처가 지난 정부에서 급조됐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조직의 성패를 판단하고 새 시스템을 짜기에 3년은 짧다.
안전처는 2015년 메르스 사태, 지난해 9월 경주 대지진, 지난 5월 강릉·삼척 대형 산불 과정에서 느슨한 대응으로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재난안전 업무에 조직역량을 총동원해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 역량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새 정부의 재난안전관리 시스템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현장대응기관인 소방과 해경 조직을 독립시켜 지휘체계를 단순화하고 독자적인 기능 강화에 나서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다. 재난안전관리본부가 지방자치단체를 관장하는 부처로 통합되면 중앙과 지방의 공조체계가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재난안전 정책과 사회·자연·특수재난 대응 업무 등을 총괄하는 조직이 차관급으로 축소되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안전처를 국민안전부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이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앞으로는 행안부 장관이 재난안전관리본부를 총괄지휘하겠지만 지방행정과 재정, 정부조직, 전자정부, 의정 업무 등 챙길 것이 많아 재난안전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차관급인 본부장이 재난안전 업무를 총괄하게 될 텐데 장관급이 수장인 안전처 때에 비해 부처나 지자체 간 안전정책 조정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재난안전관리본부의 부처 내 위상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전 안전행정부 시절 재난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안전관리본부는 업무는 고되고 보상은 적고, 잘해야 본전인 부서여서 직원들이 기피하는 부서였다. 재난안전관리본부도 본부장이 차관급이지만 행안부 내에서 그런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장관이 적극적으로 챙기지 않으면 ‘찬밥’ 신세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승진이나 경제적인 보상 등에서 인센티브를 줘 재난안전 조직의 사기를 높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수한 인력이 자원하고 전문성이 쌓이고, 업무 추진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안전한 나라는 재난안전 분야에 대한 인적·물적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안전을 우선순위에 놓고 국정을 운영해 갈 때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때 “안전은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습니다. 반드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공약의 실현은 안전처 이후 재난안전 조직을 튼튼하게 재정립하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라동철 사회2부 선임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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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라동철] 국민안전처 폐지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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