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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라기스는 르호보암 시대 계획도시”

한국발굴단 유물 발굴로 입증

“이스라엘 라기스는 르호보암 시대 계획도시” 기사의 사진
한국발굴단 단원들이 지난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서부 텔라기스 발굴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텔라기스 한국발굴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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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성서고고학 발굴팀이 이스라엘 남서부에 위치한 텔(언덕)라기스가 BC 10세기 남유다의 첫 번째 왕이었던 르호보암 시대에 조성된 계획도시였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를 증명하는 가옥과 토기 등이 다수 발견되면서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라기스가 BC 8∼7세기 히스기야와 요시야 시대에 건설된 도시로 추정되고 있었다. 향후 성서고고학과 성서학 분야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텔라기스 한국발굴단(단장 홍순화 목사)은 지난 5일(현지시간) BC 10세기 당시 가옥을 비롯해 집 안에서 사용하던 토기와 화덕, 짐승뼈, 올리브 씨앗, 창의 머리 부분, 성벽 등이 발견됐다고 9일 밝혔다.

홍순화 단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가옥의 형태가 규칙적이라는 점에서 라기스가 유다왕국의 계획도시임이 증명됐다”며 “특히 3000년 전 사용하던 토기 등 유물이 나오면서 이 사실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한국발굴단은 2015년 텔라기스 유적지 다섯 번째 지층에서 세계 최초로 르호보암 시대를 보여주는 성벽을 발견해 3년간 발굴 작업을 이어왔다. 올해는 마지막 단계의 발굴작업을 진행해왔다. 성벽은 지난해까지 55m 길이가 발견됐고 올해 25m 정도가 더 발견돼 총 80m의 성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장신대 교수인 강후구 발굴실장은 “이번에 발견된 가옥들은 모두 기둥을 갖고 있으면서 네 개 또는 세 개의 방을 지닌 형태를 띠고 있어 사방가옥(four room house)으로 불린다”며 “이는 라기스가 성벽을 갖춘 도시였을 뿐 아니라 도시계획에 의해 일정한 구조를 지닌 도시로 건설됐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기스는 구약성경에 24차례나 등장한다. 예루살렘을 공격하려는 적들이 이용했던 우회 침공로의 초입에 위치해 있어 전투가 많았다. 원래 가나안 땅의 부유한 도시국가였던 라기스는 여호수아의 정복으로 파괴됐다가 BC 10세기 르호보암에 의해 요새화됐다.

구약성경에서 라기스 재건 기록은 역대기(대하 11:9)에 등장한다. 본문에는 르호보암이 유다 땅을 방비하기 위해 15개의 성읍을 건설했다고 돼 있는데 라기스도 그 중 하나다. 학자들은 이 기록이 열왕기가 아닌 역대기에 기록돼 있어 200∼300년 후 또는 그리스 시대에 건설됐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발굴단이 발굴한 유물들이 모두 BC 10세기 시절 사용됐던 생활용품인 것으로 판명돼 성서고고학이나 성서학계의 학설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발굴에서는 3000년 전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토기들이 다수 발견돼 발굴단을 흥분시켰다. 토기 중에는 손바닥 크기의 ‘저글렛(juglet)’으로 불리는 병이 온전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이 병은 고대에 액체를 담던 용기였다.

강 실장은 “이 병은 우리나라의 호리병과 유사한 모습으로 손잡이가 달린 작은 향수병”이라며 “증발을 막기 위해 입구가 작은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강 실장은 “토기는 긴 목과 둥근 몸체를 지니고 있는 데다 손잡이가 목에서 나와 어깨에 연결돼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BC 10세기의 전형적 토기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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