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사설]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원칙 갖고 당당히 대응하길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뤄낸 외교안보 분야 성과는 적지 않다.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했다. 일정한 조건이 되면 전시작전통제권을 조속히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국 조야의 불신을 해소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이 같은 성과만큼이나 과제도 떠안았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언론발표에서 “공정한 방위비 분담이 매우 중요하다”며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공정한 분담이 이뤄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한반도 문제 주도권’을 주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끼워넣은 모양새다. 올해 말 시작될 예정인 분담금 협상이 한 템포 빠르게 현안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말 “한국에 사드 비용 10억 달러를 내게 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사드 비용을 지렛대 삼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달리 우리나라의 분담금 규모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2014년 타결된 협정에 따른 올해 우리나라의 분담금은 9507억원이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 전체의 절반 정도로 추정된다. 지난해 나토 예산 9183억 달러 중 72%인 6641억 달러를 미국이 부담한 것과 대비된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도 2.4%로 나토 주요 회원국보다 높다. 세계 최대 미국 무기 수입국이기도 하다. 우리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공정한 방위비 분담’ 요구를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커지고 있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주한미군의 억지력 확보가 필요한 만큼 미국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철저하고도 현명한 준비가 요구된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당당한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집행 과정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견제장치 확보도 필요하다.

두 정상의 합의로 오는 2020년까지 전작권 전환이 완료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전작권을 행사할 만큼 군사역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지 냉정한 판단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