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리치’로 바꿨지만… 코리아에이드 결국 마침표

지난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이동형 복합개발협력 사업인 ‘코리아에이드(Korea Aid)’가 오는 2018년 종료된다.

당초 외교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사업 재편과 함께 6개국으로 원조 국가 확대를 꾀했음이 쿠키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20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을 보면 외교부는 코리아에이드 예산을 기존 100억원대에서 20억원 낮춘 81억2000만원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기존 원조 국가들인 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에 대해 외교부는 2020년까지 사업진행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에는 또 2021년까지 캄보디아·라오스·탄자니아 등지로의 확대·추진 계획도 나타나 있다.

이러한 계획은 그러나 국회 예산심의에서 좌절됐다는 게 KOICA 관계자의 설명이다. 예산은 대폭 삭감돼 기존보다 40억원이 감소한 6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3개국에 대한 신규 사업도 모조리 취소됐다. 코리아에이드는 내년에 종료되는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 4월 외교부는 KOICA와 논의해 코리아에이드의 명칭을 ‘모자보건 아웃리치’로 변경하기에 이른다. ‘발전대안 피다(구 ODA와치)’ 등 시민사회단체가 사업내용 공개를 요구했지만, 외교부와 KOICA는 침묵으로 일관해 의구심을 키웠다. 이른바 ‘박근혜 지우기’에 골몰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모자보건 아웃리치’는 코리아에이드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일단 사업 분야가 축소됐다. 코리아에이드가 ‘보건’, ‘음식’, ‘문화(체육)’ 분야를 다룬 것에서 새 사업은 보건에만 집중키로 했다는 게 KOICA 측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KOICA와 무관한 한식(음식)과 체육(문화) 분야를 제외키로 결정했다. 코리아에이드 이외에도 여러 대륙에서 보건원조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모자보건 아웃리치가 기존 KOICA의 모자보건 사업과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정책적으로 코리아에이드에 세 개 분야를 집어넣었다.(모자보건 아웃리치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업인 만큼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각종 오명에 점철돼 있는 코리아에이드란 이름을 유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설명은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 발언과는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9월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 전 장관은 “코리아에이드의 가장 중요한 핵심 사업은 보건사업이다. 보건사업이 중심이 돼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에서 많은 사업을 벌였다”고 말했었다. 말대로라면 한식과 체육 분야를 포함했더라도 보건 분야는 ‘큰 무리없이’ 진행됐다는 의미다. 이후 한식과 체육 분야는 미르재단과의 연계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었었다. 외교부와 KOICA가 ‘박근혜 선긋기’를 위해 사업 분야 조정을 했다는 의혹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검진차량 1대(3.5톤)와 구급차 2대(1톤)를 통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던 코리아에이드의 기본 형태는 모자보건 아웃리치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코리아에이드 당시 서울대병원과 이대목동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에서 27명의 국내 의료진이 파견됐던 것과 달리, 모자보건 아웃리치 사업에서는 10명 내외의 아프리카 3개국의 의사와 간호사가 TOT 형태로 참여한다.

가장 큰 변화는 2018년 사업 종료다. KOICA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정치 이벤트가 있지 않았느냐”며 반문했다. 이에 대해 모 정치권 인사는 “변화라기 보단 사업 실효성에 따른 합당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원조 국가들로부터 기간 단축에 대해 적절한 이해가 구해졌을까? 외교적 망신은 아닐까?

KOICA 관계자는 “KOICA는 원조 실행기관일뿐”이라며 “코리아에이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 국무총리실에서 관련부처 협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인만큼 수원국과의 외교적 파장 등에 대해서는 총리실이나 외교부에 문의를 해야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크고 작은 변화가 있지만 모자보건 아웃리치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발전대안 피다(구 ODA워치)’ 측은“예산 사용처는 물론, 현지의 보건 정책과 연계되어 있는지, 충분한 협의는 됐는지 전혀 알려진 것이 없다”며 “제대로 개선이 되었다면 다방면에 걸쳐 투명한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8일 김인식 KOICA 이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려의 시각이 있지만 성공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정책 의지, 관련기관 간 협력, KOICA의 추진 노력 등이 더해지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OICA는 1년 만에 180도 바뀐 반응을 보인다. ‘한국형 개발원조사업’이라고 치켜세우던 코리아에이드가 사실은 청와대 지시에 따른 사업이었을 뿐이며, 혹시 모를 외교적 책임은 오롯이 국무총리실에 있다는 후안무치의 태도가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전과는 태도를 달리하는 정부 부처를 일컬어 ‘영혼 없는 관료’라는 빈축이 오간다. 모자보건 아웃리치가 이름만 바뀐 코리아에이드는 아닌지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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