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시설 확대보다 전문 의료진 보강 더 중요”

Է:2017-06-12 05:02
:2017-06-1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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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국가 관리’ 어떻게…

“치매, 시설 확대보다 전문 의료진 보강 더 중요”
가벼운 치매 의심 증상을 보여 서울 영등포구 치매지원센터를 찾은 어르신들이 지난 9일 오전 그림 퍼즐 맞추기 치료를 받고 있다. 치매전문 데이케어센터는 경도인지장애, 초기 치매 증상을 보이는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기억력 증진 등을 위한 다양한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전국 최초의 치매전문 주간보호시설인 서울 영등포구의 치매전문 데이케어센터에는 매일 20여명의 치매환자가 찾아온다. 지난 9일에도 21명이 삼삼오오 모여 간식을 먹으며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거의 매일 이곳을 찾는 이모(62)씨는 1주일에 한 번 있는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에어로빅 동작이 틀려도 마냥 신이 난다. 이씨는 아직 치매 초기 단계인 5등급이지만, 2년 전 이곳을 처음 찾기 전까지만 해도 치매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였다. 집에서 꼼짝 않고 누워서만 생활했고, 살이 많이 찌면서 건강도 나빠졌다. 치매에 우울증까지 겹친 상태였다. 이곳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여러 활동에 참여하면서 밝은 모습을 되찾았다. 치매도 악화되지 않았다.

치매를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이곳과 같은 치매 전담시설에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의료 관련 기관들이 치매 관련 시설을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시설을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대책은 치매 관리의 전문성, 국가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다. 박건우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지역사회 현장에서 치매정책을 이끌어야 할 전담센터의 전문성이 떨어지면 국가 차원의 치매정책도 신뢰도가 약화된다”며 “센터를 많이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치매관리 체계가 허술한 점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등포구에서 세운 이곳 데이케어센터는 치매지원센터와 같이 있다. 의사와 간호사 임상심리사 등 의료 인력이 상시 대기하고, 더 나은 치료와 돌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늘 머리를 맞댄다. 대부분 주간보호시설이 다양한 질환을 앓는 노인이 한데 모여 맞춤형 돌봄을 받지 못하는 상황과 대비된다.

치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전문성 없이 치매 문제에 대처하면 연간 13조원 넘는 비용을 쓰고서도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며 정부의 치매 대책이 관련 건물을 세우고 조직을 신설하는 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영등포구 치매지원센터 홍미숙 팀장은 “간호사, 임상심리사, 임상병리사 등 전문 의료 인력을 보강하지 않으면 비용만 많이 들고 치매 중증화는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치매는 증상이 가벼운 경증환자나 경도인지장애(노화로 인한 인지능력 저하와 치매의 중간단계) 환자를 초기에 발굴·진료하는 것이 관건이다. 국내 6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환자만 184만명에 이른다. 이들을 방치할 경우 치매환자로 넘어갈 위험이 크다. 현재의 관리체계는 중증으로 넘어가는 치매환자들도 막아내지 못한다. 전체 치매환자의 42.2%가 중증도·중증 환자다. 중증 치매환자의 1인당 관리비용은 경증 환자의 2배다. 박 교수는 “치매 관련 공공 요양기관을 더 짓는 것보다 기존의 민간기관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민간 병원이 치매환자를 받으면 인센티브, 세제 혜택 등을 주는 방식으로 동기부여를 해 인프라 구축에 드는 시간을 절약하고, 지금보다 나은 요양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치매 대책의 성패는 초기 단계나 치매의심 단계부터 전문 의료진이 환자를 면밀히 진단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적절한 처방을 제공하는 데 달려 있다. 현재는 단순한 설문 방식으로 초기 대응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초기 치매 여부를 판단하는 인지기능검사의 경우 현재 있는 곳, 간단한 덧셈·뺄셈 등을 묻는 설문방식의 테스트로 진행되는데, 검사 자체가 단순하다 보니 치매 전문가가 아닌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에게 맡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영등포구 치매지원센터 강선옥 부팀장은 “치매는 인지기능검사에서 좋은 점수가 나오더라도 의료진의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데, 노인들이 모여 있는 복지관에서 설문지만 나눠주고 마는 무분별한 방식으로 진행되면 오히려 초기 환자를 정확히 찾아내는 데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며 “치매를 복지의 관점에서만 보면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한 질환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향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관리의 질을 높이려면 요양보호사 교육 프로그램, 치매예방 인지 치료의 체계화가 진행돼야 한다”며 영국을 선례로 들었다. 30여년 전부터 치매를 심각하게 인식한 영국은 비교적 치매관리가 체계적으로 정착돼 있다. 영국의 가이드라인에는 요양사가 환자를 인격적으로 대하고 있는지, 환자의 기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등을 평가하고, 요양사에게 필요한 자질을 명시하고 있다. 또 요양의 질적 향상을 위해 환자와 얼마나 소통하는지, 서비스에 변동사항이 생길 경우 환자에게 알렸는지 등 세부적인 준수사항도 체크한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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