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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너무나 굼뜬 검찰의 우병우 수사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는 사실상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만 남겨두게 됐다. 검찰은 대선 선거 운동이 시작되는 17일 이전에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의 우 전 수석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박영수 특검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우 전 수석 앞에만 서면 유독 작아지는 검찰의 민낯을 다시 보는 듯해 씁쓸하다.

박 특검이 확인한 우 전 수석의 혐의는 8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급 5명과 공정거래위원회 김재중 전 시장감시국장에 대한 표적 감찰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방해한 혐의(특별감찰관법 위반) 등이다. 우 전 수석이 정권의 입맛에 들지 않는 공직자를 찍어내기 위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고 특검은 봤다. 지난 2월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박 특검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제한돼 있었다”며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발부될 것”이라며 수사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검찰의 행보는 우려스럽다. 지금껏 확인된 보강 수사는 지난달 24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압수수색 정도다. 그마저도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는 데 그쳤다. 우 전 수석과 함께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던 현직 검사들에 대한 조사도 소극적이다.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자들이 대부분 사법처리되고, 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된 상황에서 우 전 수석만이 법의 심판에서 벗어난 상황을 납득할 사람은 많지 않다. 국민들은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팔짱을 낀 채 웃는 우 전 수석의 모습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그를 단죄하지 못한다면 김수남 검찰총장이 강조했던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한낱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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