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환용 평강한의원 원장의 코 이야기

만물이 생동하는 3월이다. 새학기를 맞은 학생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고 긴 겨울 추위에 코트 깃을 세웠던 직장인들도 봄나들이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엔 계절의 여왕인 봄을 즐기지 못하고 오히려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아침저녁의 기온 차이와 바람에 날리는 꽃가루 때문에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이다. 또 만성 축농증으로 고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의학계 연구에 따르면 알레르기 비염이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하고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고 있다. 그리고 그 환자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의학은 발달되고 치료제는 많아지는데 환자는 더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꽃가루가 원인인 경우도 많지만 강아지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집 안에서 키우는 사람이 늘면서 동물 털에 의한 알레르기 비염 환자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침구류의 집먼지 진드기와 우리 생활 주변에 다양한 오염이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또 식생활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 사람의 체질에 따라 달걀과 생선 콩 귤 토마토 딸기 아몬드 등 여러 식품도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필자는 코질환만 30여년이 넘게 진료해 온 만큼 지금까지 엄청나게 많은 환자들을 만났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코질환으로 고생하다 도저히 견디기 힘든 중증이 돼서야 찾아온다.

좀 미리 왔으면 치료가 훨씬 빠르고 고생도 덜 할 수 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고질병이 돼 약을 먹으면 좀 나아지는데 약을 끊을 경우 다시 발명하는 게 코질환이다.

알레르기 비염이나 축농증은 증세가 심해지면 두통과 함께 집중력과 기억력이 저하되고 짜증이 쉽게 난다. 특히 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할 아이들은 고개를 숙일 때 거북함을 주기에 책상에 앉는 것을 싫어해 결국 공부에 싫증을 내게 만든다.

필자는 한의사로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집안의 청결을 매우 강조한다. 먼저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하고 코질환에 대한 예방지식을 잘 알아 대비해야 한다고 권하곤 한다.

코박사로 불리게 된 것은 예로부터 코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잘 낫는다는 유근피를 원료로 해 다양한 약재를 섞어 만든 청비환(淸鼻丸)을 처음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근피는 코나무라고 불릴 정도로 민간요법에서 많이 사용했는데 유근피를 물에 담그면 끈쩍끈적한 진액이 나오는데 이것이 비염이나 축농증을 낫게 하는 주성분이 된다.

얼마 전 할머니 한 분이 한의원을 찾아 오셨다. 남편이 66세인데 중학교 때부터 축농증으로 고생해 왔는데 치료를 받아도 그 때 뿐이고 이렇게 반복하다 보니 코로 숨쉬기도 힘들고 냄새도 못 맡는 상태가 됐다고 했다. 하도 코를 풀다 보니 물혹이 생겨 수술도 받았고 늘 코 막힌 상태로 지내는 모습이 안쓰러워 정말 한방치료가 가능한지 반신반의하면서 온 것이라고 했다. 남편의 상태를 자세히 전해 듣고 거기에 맞는 청비환을 처방해 하루에 2번씩 꼭 드시도록 했다.

한 달 후 할머니가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며 한의원을 다시 찾아오셨다. 자영업을 하는 남편이 건물 화장실에 갔는데 화장실에서 냄새를 느낄 수 있었고 며칠 전에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자 화장품 냄새가 났다고 기뻐했다는 것이다. 코질환으로 50여년이나 고생한 남편이 이제 코로 숨쉬고 냄새도 잘 맡는 건강한 코가 되게 해 줘서 감사하다고 해 뿌듯했다. 이어 초등학생 손자도 코질환이 있다며 다시 청비환을 지어갔다.

유근피는 콧병뿐 아니라 기침을 멈추게 하고 호흡기를 깨끗하게 해주며 위장병과 염증에도 효과가 있다.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불청객인 알레르기성 비염과 고질적인 축농증, 미리 예방하고 주변환경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태가 더 진행되기 전에 빠르게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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