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7017’이 열린다] ‘보행친화도시 서울’의 랜드마크 된다

“서울에 역사, 환경, 문화적 품격을 불어넣고 시민들에게 휴식을 공급하는 서울의 새로운 허파가 될 것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시민들에게 선보일 ‘서울역 7017’ 프로젝트 등에 대해 밝힌 기대감이다. 1970년 차량길로 개통돼 2017년 5월 사람길로 바뀌는 ‘서울로 7017’은 서울역 일대의 풍경과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꾸게 된다. 도심 속 이색 휴식·산책 공간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단절된 주변 지역을 연결해 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걷는 도시, 서울’의 초석이자 랜드마크

서울로 7017은 개장 후 전 구간이 보행자전용길로 운영된다. 한시적으로 차량 통행을 차단하는 ‘차 없는 거리’나 ‘보행전용거리’는 국내에 더러 있지만 하루 종일, 일년 내내 차가 다니지 않는 보행자전용길이 운영되는 건 처음이다. 서울로 7017에는 차마 통행이 금지되며 위반 시에는 10만원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울로 7017은 산책과 휴식, 놀이·체험 등을 즐길 수 있는 공중산책로지만 철길과 차도로 인해 분절됐던 주변 지역을 이어주는 핵심축이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보행길은 고가 본선에만 머물지 않고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보행전용 램프(진입로), 브릿지(연결통로), 횡단보도 등을 통해 주변으로 확장된다. 17개의 다양한 보행네트워크를 통해 만리재로, 청파로, 중림로, 퇴계로, 남대문시장, 남산, 서울역광장 등으로 사람의 물결이 흐르게 된다.

서울시는 서울로 7017을 중심으로 만리동, 회현동 일대 1.7㎢을 보행특구로 운영할 계획이다. 역시 국내에서 첫 시도되는 보행특구는 노상적치물·불법 광고물 등을 정비하고 횡단보도·차량저감시설 등을 늘려 사람들이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이다.

시는 주변의 역사문화자원들을 둘러볼 수 있는 도보여행길도 조성해 서울로 7017 개장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도보여행길은 염천교수제화거리, 약현성당, 손기정체육공원, 국립극단으로 이어지는 중림만리길(2.5㎞)을 비롯해 소공동, 명동, 남산, 후암동 일대를 둘러볼 수 있는 5개 코스(총 연장 8.1㎞)로 조성된다. 시는 노상 불법시설물을 정비하고, 고속방지턱처럼 도로보다 높인 고원식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등 걷기 편한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스토리텔링을 입힌 도보여행길 안내지도를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김준기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은 6일 “서울로 7017은 도심의 휴식공간이며, 단절됐던 서울역 동서는 물론 주변을 촘촘히 연결하는 통로”라며 “‘걷는 도시, 서울’을 선도하고 시민과 관광객들로부터 사랑받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 도로들도 보행친화 공간으로 정비

서울로 7017 개장에 맞춰 주변 연결도로들도 속속 재정비된다. 서울역고가 서쪽의 퇴계로는 회현역부터 퇴계로2가 남산예장자락 입구까지 약 1.1㎞ 구간이 내년 상반기까지 보행친화거리로 탈바꿈한다. 고가 접속부인 회현역부터 회현역 7번 출입구까지 남대문시장 구간(연장 약 250m)은 개장 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이 구간은 기존 왕복 6차로가 5차로로 축소되고 보도 폭은 최대 12.5m까지 확장된다. 회현역 7번출입구부터 퇴계로2가까지 나머지 약 850m 구간은 개장 이후 도로공간 재편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로 7017 서쪽 만리재로(서부역교차로∼공덕오거리, 1.5㎞)도 보행환경개선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고가와 맞닿는 접속부 약 300m구간(서부역교차로∼만리1 재개발 구역)은 개장 전까지 완료되며 공덕오거리까지 나머지 구간은 내년 초까지 단계적으로 정비된다.

만리재로는 왕복 4∼6차로가 혼재했으나 기본 차로 수가 4차로로 조정되고 줄어든 차로만큼 보도가 확대된다. 낡은 보도는 교체하고 수목과 녹지를 늘려 정원형 가로를 조성하는 한편 횡단보도 신설, 신호체계 조정 등을 통해 보행에게 편리한 길로 다시 태어난다.

숭례문에서 남산공원으로 올라가는 소월로도 4차로에서 3차로로 줄여 보행공간을 넓힐 계획이다. 서울역서부 교차로에서 충정로역까지 이어지는 중림로, 염천교에서 국립극단 쪽으로 이어지는 청파로도 전선, 통신선 등을 지중화하고 보도를 정비한다.

■'걷는 도시, 서울' 주요 정책은

서울로 7017은 서울시의 핵심 정책인 '걷는 도시, 서울'의 상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013년 서울의 지향점으로 보행친화도시를 선언한 후 관련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지난해 1월에는 결정판인 '걷는 도시, 서울'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시는 연세로, 세종대로, 덕수궁길 등에서 주말·공휴일 '차 없는 거리' 시행, 횡단보도·버스중앙차로 확충, 보행환경개선지구 및 보행전용거리 확대 등을 통해 걷기 쉽고,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청 옆과 환구단 앞, 도동삼거리 등 주요 도로 20곳에 횡단보도를 설치했고 올해도 경복궁역, 창의문 앞, 흥인지문 등 주요 교차로 12곳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시는 또 서울로 7017에 이어 종로에도 연말까지 보행특구를 조성한다. 이로써 올해 총 6개 지역을 보행특구로 운영할 계획이다.

종로 2.8㎞ 구간의 경우 보도 폭을 최대 10m까지 넓히고 환기구 등 장애물 정비, 횡단보 추가 설치 등을 통해 동서 보행축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종로 북쪽방향인 삼일대로, 돈화문로, 서순라길을 역사문화적 특성에 맞게 정비하고 종로거리의 특성을 살린 6개 '보행나들이 코스'도 개발한다. 창덕궁에서 세운상가, 남산까지 이어지는 남북보행축도 2018년까지 차례로 완성된다.

차량에 우선권을 빼앗긴 이면도로들도 노면 포장 디자인 개선 등을 통해 보행자우선도로로 만들어가는 사업도 확대한다. 상권이 발달하고 보행량이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중심 대표보행거리를 조성하는 사업도 확대한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6일 "서울로7017과 종로 보행특구가 선을 보이는 올해는 '걷는 도시, 서울'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시설물 정비, 제도 개선, 다양한 보행길 발굴 등을 통해 걷기 쉽고, 걷고 싶은 서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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