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했다는 걸 알았을 때 지우려고 했어요. 그만큼 무섭고 절박해서…. 남자친구에게 말하자 중절수술하러 같이 가자더군요. 산부인과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남자친구는 끝내 나오지 않았어요. 전화번호도 바꾸고 그대로 연락이 끊겼어요.”
박수영(가명·28)씨는 그렇게 말로만 듣던 미혼모가 됐다. 두 사람이 만든 아이였지만 한 생명을 책임지는 건 오로지 그녀의 몫이었다. 긴 고민 끝에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을 때 박씨를 떠난 건 남자친구뿐만이 아니었다. 출산을 이해 못하는 부모, 친구들과도 멀어졌다. 배가 불러오자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박씨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져 임신기간을 포함해 최대 1년간 머무를 수 있는 미혼모 시설을 찾았다. 아이를 낳은 뒤에는 양육과 입양의 갈림길에 섰다. 양육을 결심하면 미혼 모자 공동생활 가정으로 거처를 옮긴다. 이곳에선 최대 2년간 홀로서기를 준비할 수 있다.
현재 박씨가 머물고 있는 미혼 모자 공동생활 가정 ‘꿈나무’는 겉보기에 평범한 다세대주택이다. 미혼모들에게 주홍글씨가 될까 간판도 달지 않았다. 이곳에선 박씨를 포함해 총 12명의 미혼 모자가 생활하고 있다. 2세 미만 영유아를 양육하는 미혼모는 다른 조건 없이 이곳에 입소가 가능하다.
꿈나무를 거쳐 간 미혼모 중 아이 아빠에게 양육비를 받는 경우는 한 사람뿐이었다. 그것도 소송을 거쳐 승소한 경우다. 꿈나무를 비롯한 미혼 모자 공동생활 가정에서 육아 교육뿐 아니라 직업교육, 금융교육도 함께 실시하고 있지만 안정된 직장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통상 미혼모들은 태어난 지 100일도 되지 않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생활전선에 뛰어든다. 육아와 경제적 활동을 병행해야 하며 사회적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15 인구주택 총조사’를 보면 미혼모는 2만4000여명, 미혼부는 1만1000여명이다. 이전에는 미혼부모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한 통계치조차 없었다. 저출산 대책에 목을 매는 정부에도 이들은 ‘무책임한’ 부모일 뿐이었다. 이렇다 보니 많은 미혼부모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다.
꿈나무 박미자 원장은 “미혼모들은 동정받거나 비난받을 존재가 아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그저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보장제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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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김지훈 기자 da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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