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차거나 들 땐 주머니… 옷에 붙이면 호주머니

자질구레한 물건이나 돈 따위를 넣고 아가리를 졸라매어 허리에 차거나 들고 다니는 물건. ‘주머니’입니다. 어릴 적 할머니 고쟁이 옆에 달려 있던, 꼬깃꼬깃한 지폐와 동전 몇 개 들어 있던, 아가리에 주름을 잡고 끈을 좌우로 꿰어서 홀치며 위는 모나고 아래는 둥근, 아기 손바닥만 한 ‘두루주머니(염낭)’가 생각납니다.

지금은 안주머니, 바지 주머니처럼 옷에 만들어진 것도 주머니라고 하는데, 서양 옷이 들어오면서 같이 쓰이게 된 것입니다. 한복에는 추위에 손을 녹이거나 손을 감추기 위한 터진 부분은 있었어도 물건을 넣는 공간은 없고 주머니를 허리춤에 차거나 들고 다녔던 것입니다. 다른 속셈을 가지고 돈을 빼서 따로 보관하는 것을 “딴 주머니를 ‘차다’”라고 하는 데서도 알 수 있지요. 한때 논란이 됐던 오방낭(五方囊)도 주머니인데 五方(색)은 동(청) 서(백) 남(적) 북(흑) 중앙(황)을 이릅니다. 囊은 침낭, 배낭에서 보듯 주머니를 이르는 글자입니다.

주머니를 ‘호주머니’라고도 하지요. 만주 이북의 호족(胡族, 떼놈이라고도 했으나 ‘되족’임), 즉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의 옷에 주머니가 많이 있었는데 정묘호란, 병자호란 등으로 그들과 접촉하면서 생긴 말입니다. ‘호떡’은 그들의 떡이지요.

가정경제에서 ‘한 주머니’를 차면 식구라 할 수 있겠고 ‘딴 주머니’를 차면 딴 맘을 먹은 남 같은 식구라 해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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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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