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29·페네르바체)은 터키 리그 이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2012년 10월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호소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1-2012 시즌 터키 리그로 진출한 김연경은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 2014∼2015 시즌 팀의 리그 우승을 이끌며 3관왕(최우수선수상·스파이커상·득점상)에 오른 김연경은 18일에는 터키컵도 석권했다.
김연경은 이날 터키 앙카라 바슈켄트볼레이살론에서 열린 바크프방크와의 터키컵 결승에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15득점을 올리며 팀의 3대 0 완승을 이끌었다. 김연경은 경기 후 인스타그램에 기념사진을 올려 “모두가 응원한 덕에 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남겼다.
현재 김연경은 주팅(23·바크프방크), 타티야나 코셸레바(29·엑사비사시)와 함께 세계 3대 공격수로 꼽힌다. 터키컵에서 눈길을 끈 것은 김연경이 세계 최고 수준의 터키 리그에서 함께 뛰고 있는 이들 라이벌들을 차례로 격파한 것이다.
결승전은 김연경과 주팅의 레프트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김연경은 수비와 서브 리시브에서 주팅을 압도했다. 주팅은 페네르바체의 목적타 서브에 흔들렸다. 주팅은 공격에서도 13득점으로 김연경을 따라잡지 못했다.
주팅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포스트 김연경’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그는 조별리그와 토너먼트에서 맹활약하며 중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여자 배구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며 세계적인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한국이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패해 둘은 맞대결을 벌이지 못했다.
전날 열린 페네르바체와 엑사비사시의 준결승전에서도 김연경은 러시아 출신 코셸레바를 제압했다. 김연경은 25득점, 코셸레바는 20득점을 올렸고, 페네르바체는 세트 스코어 3대 1로 이겼다. 러시아와의 리우올림픽 조별리그에서 김연경은 고군분투하며 20득점을 올렸지만 팀 동료의 도움을 받으며 22점을 뽑아낸 코셸레바의 러시아에 패했다. 김연경은 국가 대항전에서는 우리보다 한수 위인 동료들의 도움을 받는 주팅·코셸레바에게 밀리지만 비슷한 전력에선 둘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기량을 측정할 수 있는 몸값에서도 김연경은 라이벌들보다 우위를 보였다. 지난해 6월 배구 전문 사이트 ‘월드오브발리’가 공개한 2016-2017 시즌 연봉에 따르면 김연경은 120만 유로(약 15억원)로 리그 전체 1위를 기록, 주팅(110만 유로·약 13억8000만원), 코셸레바(100만 유로·약 12억5000만원)를 따돌렸다.
김연경의 이번 우승은 부상을 극복하고 이룬 성과여서 더욱 의미가 깊다.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대표팀에 합류한 김연경은 리우올림픽 예선과 본선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했다. 몸이 버텨 내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19일 터키 리그 부르사와 경기를 치르던 중 복부 근육에 이상을 느꼈다. 검진 결과 복근이 손상된 상태였고, 3주 진단을 받았다. 복귀 후엔 대상포진을 앓았다.
김연경은 V-리그, 일본리그, 터키리그를 차례로 접수하며 명실상부한 월드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는 찬사를 듣는 김연경의 ‘서른 잔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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