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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권 수뇌부가 반대해도 개헌 논의 막을 수 없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2일 정치권에서 커지고 있는 개헌 요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개헌 논의 중 가장 잘못된 것이 특정 정권, 특정 정당, 특정 정치인이 주도해서 하는 것”이라며 “정략적이거나 정치적 의도와 목적으로 헌법을 함부로 손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야 주요 인사들의 개헌 목소리를 겨냥해 “자기들이 언제까지 정치를 하겠나”라고도 했다. 앞서 청와대 김재원 정무수석은 지난 10일 “지금은 개헌 이슈를 제기할 때가 아니라는 게 확고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 수뇌부 간에 더 이상 개헌이 공론화돼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하지만 여당 대표와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나선다고 해서 한번 터진 개헌 논의의 물꼬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20대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에 여야 의원 185명이 참여하고 있고 전직 국회의장 등이 주도하는 개헌 모임도 지난달 말 출범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내년 4월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아울러 국민일보가 여야의 주요 대선 주자 10명에게 물어보니 개헌이 필요 없다는 의견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개헌 시기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4명)’와 ‘차기 대통령 임기 초반(4명)’이 8명에 달했다.

이런 정치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현직 대통령이 끝까지 반대하면 개헌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소모적 논쟁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또한 1987년 들어선 현 헌법 체제를 시대적 상황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은 상당한 타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국회 차원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개헌 논의가 4년 중임 대통령제, 분권형 대통령제, 대통령 직선 내각제 등 권력구조 개편에만 한정되는 것은 반대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지적처럼 ‘그들만의 리그’에 그쳐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 여야 정치권은 개헌을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들이 권력을 잡는데 유리한 방편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기본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에서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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