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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70돌 한글날…한글 훼손에 앞장서는 행정기관

어제는 570돌 한글날이었다. 한글은 남북한, 해외동포 등 8000여만명이 사용하는 세계 13위권의 주요 문자다. 국제무대에서 10대 실용언어로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지구상에 자기 문자를 갖고 있는 민족은 20개에 불과할 만큼 한글은 우리의 자랑이다. 1991년 이후 23년 만인 2014년에 한글날이 법정공휴일로 재지정된 것은 그만큼 한글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말과 글을 정확히 쓰는 데 가장 노력해야 할 행정기관이 오히려 스스럼없이 한글을 훼손한 것으로 나타나 무척 안타깝다. 국립국어원이 최근 3년간 중앙부처의 보도자료 1만1790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55.3%가 한글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이 비율은 매년 증가해 올해는 보도자료의 65.6%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언어정책 업무를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도 상당한 오류를 범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적된 내용은 영어 등 외래어를 남용하거나 잘 쓰지 않는 어려운 단어들을 사용한 사례가 많았다. 기관별로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상청, 관세청 등이 우수한 평가를 받았고 미흡한 곳은 금융위원회, 국가보훈처, 새만금개발청 등이 꼽혔다.

인터넷, 모바일 SNS 등 디지털문화와 국제화가 확산되면서 다양한 언어의 쓰임은 불가피하다. 한글만 고집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 공식 문서에서조차 어문규정에 어긋난 한글 어휘나 어법이 자주 목격되는 것은 우려스럽다.

한글 사랑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오히려 파괴하고 있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돼야겠다. 한글은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위대한 문화 자산이다. 이를 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물론 아름답게 다듬어 널리 알리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정부는 가장 모범적인 국어선생님이 돼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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