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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경련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존재 이유 찾기 어렵다

“정치 현안 편향 행보로 출범 55년 만에 최대 위기 맞아… 일본 게이단렌처럼 개혁 통해 신뢰 되찾아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출범 5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전에도 전경련 무용론이 제기된 적이 있었지만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불거진 최근에는 해체론까지 확산되고 있다. 회원사들의 탈퇴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등 전경련 존폐를 둘러싼 기류가 예사롭지 않다.

전경련이 최악의 상태에 빠진 것은 정권에 지나치게 편향된 행보를 보인데 따른 자업자득이다. 전경련은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이나 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대선 비자금 모금 창구 역할을 했을 때도 비난을 받았으나 당시는 군사정권의 위세에 눌려 마지못해 했을 것이란 동정론이나마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정권 전위대’임을 자임하듯 정치 현안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지난 1월에는 정부여당과 야당이 첨예하게 맞선 노동 5법을 통과시키자며 1000만명 서명 작업을 주도했고, 4월에는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에 차명계좌를 통해 억대의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정 교과서 문제에 있어서도 전경련 산하 단체인 자유경제원이 사실상 ‘홍보대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 미르·K스포츠재단 사안까지 제기되면서 과연 전경련이 회원사의 입장을 대변하고 ‘정관 1조’대로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지향하는 게 맞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전경련이 경제단체인지 정치조직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일부 회원사들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데 이어 결국 야3당은 물론 진보 및 보수 시민사회단체까지 합세해 해체를 주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경련은 현 상황을 예사롭게 봐서는 절대 안 된다.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며 두루뭉수리하게 넘어가려다가는 한 방에 갈 수 있다. 매듭을 꼬이게 한 것이 전경련이었던 만큼 푸는 것도 스스로의 몫이다. 달리 방법이 없다. ‘해체 수준’의 각오로 원점에서 조직과 역할을 재검토해야 한다. 한때 정경유착의 상징으로 지목되던 일본의 게이단렌이 정치헌금 알선 관행 폐지, 사회공헌활동 강화 등의 환골탈태를 통해 위상을 되찾은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전경련 CEO 역할을 하는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결자해지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여론도 상당하다는 점을 유념해야겠다. 여타 부회장들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의욕적인 그의 처신이 조직을 어려움에 빠뜨렸다는 지적이 있는 게 사실이다.

지금 전경련이 할 일은 미르·K스포츠재단을 없애고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과연 거듭날 수 있을 것인지 그 가능성을 회원사와 국민들에게 확인받는 게 우선이다. 철저한 반성과 함께 괄목할 만한 개혁안을 제시해야 한다. 존재이유를 증명하지 못하면 해체론은 갈수록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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