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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복되는 판·검사 비리… 셀프개혁으론 어림없다

“법원과 검찰의 자정기능 한계 드러내… 독립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해 판·검사 감시해야”

대법원장이 현직 부장판사의 뇌물수수 구속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6일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해 “사법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끼친 심려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는 1995년 인천지법 집달관 비리사건, 2006년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금품 비리 구속사건 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그만큼 사법부 스스로 커다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어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는 자체 감사기능 강화 등의 재발 방지책도 내놓았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청렴성에 관한 신뢰 없이는 사법부의 미래도, 법관의 명예도 없다는 점을 법원장들에게 강조했다. 지당한 말이다. 하지만 대법원장이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했다고 해서 법관들의 윤리의식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사법부는 법조비리 파문이 벌어질 때마다 매번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각종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비리는 끊이지 않았다. 미봉책이거나 땜질 처방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번 해법에도 회의감이 드는 이유다. 특히 이번에 구속된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억대의 금품을 받은 대가로 재판 업무까지 마음대로 주무른 의혹을 받고 있다. 판결의 공정성마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사법부가 정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라고 믿어 왔던 국민 입장에선 실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지금 법조계는 최대 위기다. 판사 검사 변호사를 막론하고 ‘법조3륜’에 걸쳐 부패행위가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사법 불신이 극에 달했다. 게다가 현직 부장판사에 이어 ‘스폰서 부장검사’까지 등장해 법조 비리는 점입가경이다. 대검찰청은 김형준 부장검사가 고교 동창 사업가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고 수사 무마 청탁에 나섰고, 이 사건에 다른 검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부랴부랴 감찰에 나섰다. 김 부장검사는 예금보험공사 파견 상태였다가 이날 서울고검으로 전보 조치됐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통탄할 일이다. 검찰 수사마저 왜곡됐을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검이 진경준 전 검사장의 주식 뇌물 사건을 계기로 지난달 31일 발표한 검찰 개혁안이 우습게 됐다.

법원과 검찰의 셀프 개혁안은 신뢰하기 어렵다. 자정 기능을 상실한 탓이다. 판사와 검사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제 구조적인 문제에서 접근해야 한다. 판검사들의 경우 범죄를 저질러도 웬만해선 수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에 법조 비리가 반복된다. 누군가로부터 감시를 받고 잘못하면 수사와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비리의 싹이 곳곳에서 자랄 수 없다. 그러려면 독립적 수사 기구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해 판검사 감시 기능을 맡겨야 한다. 그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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