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대책에도 아파트값은 뜀박질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가 지난 1주일간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다만 전세가는 상대적으로 안정되면서 서울지역 주택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은 5년 만에 처음 하락했다. 정부가 지난달 25일 주택공급 조절을 위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서울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어 당국의 조치가 되레 역효과를 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8월 5주차 아파트 매매가는 4주차에 비해 0.23% 상승했다. 올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유형별로 따져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전 주보다 0.54%, 일반 아파트는 0.17% 상승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주공 3단지)가 평균 100대 1이 넘는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공급 축소를 우려한 실수요자의 매매전환 수요도 늘고 있다.

지역별로 나누면 서울의 경우 강남 4구에서 시작된 재건축 가격 상승세가 목동으로 옮겨가면서 양천구가 1주일 새 0.71%나 올랐다. 강남구는 재건축 단지의 잇단 분양 흥행에 힘입어 0.4% 상승했다. 이어 강동(0.29%) 은평(0.27%) 성동(0.26%) 강서(0.23%) 관악(0.21%) 서초(0.21%) 송파(0.19%) 노원(0.18%) 순으로 오름폭이 컸다. 위례·산본·일산 등의 신도시는 평균 0.07%, 경기·인천은 0.05%가량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전세가는 안정세를 보이면서 전세가율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KB국민은행 월간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주택 전세가율은 지난 7월(68.7%)보다 0.2% 포인트 낮은 68.5%를 기록했다. 조사가 시작된 2011년 6월 이후 5년2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한 수치다. 2011년 6월 첫 조사 당시 서울지역 주택 전세가율은 47.1%였다. 5년간 20% 포인트 넘게 오르던 전세가율이 지난달 처음 떨어진 것이다.

전세가 안정은 수치로 확인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매매가는 한 달간 0.38% 오른 데 비해 전세가는 0.15% 상승에 그쳤다. 서초구와 강동구 전세가의 경우 오히려 각각 0.05%, 0.18% 하락했다. 신규 아파트 입주자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전세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역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한다. 공공택지 공급량 조절과 중도금 대출보증 강화 등에 따른 공급 축소로 기존 주택과 분양주택의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9월부터 가을 성수기가 시작됐고, 전세시장의 불안 요인인 이사철까지 겹쳐 매매 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아파트 공급이 이루어지는 서울의 경우 수요 대비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주택 매매가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분양시장 과열이 지속되면 정부가 분양권 전매 제한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조정 등 후속 대책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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