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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손영옥] 김영란법과 위작 논란

현재진행형인 미인도와 이우환작품 논쟁… 유통이력 추적 시스템 조속히 구축했으면

입력 : 2016-08-10 19:05/수정 : 2016-08-11 20:54
[내일을 열며-손영옥] 김영란법과 위작 논란 기사의 사진
#1.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집에 있었다고 한다. 그의 비극적 사후 창고에 있던 작품이 부정축재자 재산압류 절차에 따라 1980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이관됐다는 것이다. 김재규 소장품설은 미인도 진품론에 무게를 보탠다. 그러나 기록이 없다. 천 화백이 생전 애용한 표구사인 동산방 박주환 회장은 우리가 한 표구가 맞다는 취지로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증언했다고 한다. 한데 기록이 없다. 동산방 측은 장부에 기록을 남겼으나 지금은 사라졌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할 뿐이다.

#2. 이우환 화백의 위작 유통을 수사 중인 경찰은 압수한 13점이 모두 위작이라고 발표했다. 그림들을 본 이 화백은 “전부 내 작품이다. 저만의 호흡, 리듬과 색채로 그린 작품들”이라고 반박했다. 진품임을 입증할 기록은 제시하지 못했다.

거듭되는 위작 논란으로 미술시장이 다 죽게 생겼다고 화랑가가 아우성이다. 진실은 미궁에 빠졌다. 안목감정과 과학감정도 주관적이니 객관적인 유통 이력을 추적해 답을 찾아야 한다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문제가 된 작품들은 모두 1970년대에 제작된 것들이다. “한국에 현대적인 그림 시장이 시작된 게 1980년대 초반이다. 1984년 처음으로 전시 포스터를 만들었더니 다들 놀라더라. 그런 판에 전시 도록을 어떻게 만들었겠냐.” A화랑 대표 얘기다. 거래 장부도 사라지면 그뿐이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시작됐다. 이우환 작품 위작 논란은 올해 공론화됐다. 둘 다 현재진행형 사건이지만 발생 시점은 25년의 시차가 있다. 그 사이 미술시장 거래 관행은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있다면 미술품 양도세 시행 정도. 미술품 양도세 부과 법안은 1990년 제정됐지만 “시장 죽일 일이 있냐”는 읍소에 20년이 지난 2011년에야 시행됐다. 판매가 6000만원 이상의 작고 작가와 외국작가 작품에 한해서다. 이우환 같은 생존 작가는 빠져 있다. 외국은 어떨까. 프랑스에서는 미술품 판매가 이뤄질 때마다 경찰에 거래 이력을 신고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리브르드폴리스(livre de police·폴리스북)에는 작가명, 작품명, 작품크기, 제작연도, 제작방법뿐 아니라 거래 방법도 적혀 있다. 1000유로(약 122만원) 이상 작품은 자금 추적이 불가능한 현금 거래도 되지 않는다.

위작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감정 시스템이 발전하든가, 유통이력 추적 시스템을 구축하든가. 감정의 전문화는 현재로선 요원해 보인다. 당장은 유통이력 추적 시스템 확보가 답이다. 프랑스의 폴리스북 사례를 참고할 수 있겠다. 양도세 적용 대상을 생존 작가로 확대할 수도 있다. 그런 얘기를 꺼냈더니 화랑가는 대부분 시기상조론이다. B화랑 대표는 펄쩍 뛰었다. “안 그래도 컬렉터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세상인데, 누가 작품을 사겠냐”며 “정부가 관여하면 미술시장 후진국이 된다”는 말까지 했다.

미술시장은 그늘에서만 무성히 자랄 수 있는 음지식물인가. 한국판 ‘투명 문화혁명’이라는 김영란법이 내달 28일부터 시행된다. 소비시장이 위축된다며 반대론도 아직 거세다. 경제조차 음지에서 성장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예전, 미국에서 연수할 때 보니 스승의 날 교사 선물 관행은 10달러였다. 그게 미국 경제를 죽인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을 공직자, 언론인, 사립 교원뿐 아니라 변호사, 의사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판이다. 미술시장은 언제까지 음지성장론 타령을 할 것인가. 9월 초 정부가 내놓을 미술시장 유통 투명화 대책이 궁금하다. 손영옥 문화팀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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