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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품은 아이들 ①] “고생하는 엄마, 내가 금메달 따 줄게요”

① 지적장애인 탁구 기대주 유승준군

[기적을 품은 아이들 ①] “고생하는 엄마, 내가 금메달 따 줄게요” 기사의 사진
유승준(16·지적장애 3급)군은 학교 오전 수업을 마친 후 매일 6∼7시간씩 탁구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승준이의 꿈은 장애인 올림픽 금메달을 어머니의 목에 걸어주는 것이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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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와 밀알복지재단은 저소득 장애아동·청소년의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기획 시리즈 ‘기적을 품은 아이들’을 6차례 보도합니다. 밀알복지재단은 2005년부터 저소득 장애아동·청소년 가정에 수술 및 재활 치료비를 지원, 장애 악화와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고 건강한 삶의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의 한 탁구장에 들어서자 탁구 라켓과 탁구대를 쉴 새 없이 오가는 탁구공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연상케 하는 운동복을 입은 유승준(16·지적장애 3급) 군이 김춘곤(51) 감독의 공을 받아내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올해 중3인 승준이는 일곱 살이던 2007년 길을 가다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실려 갔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는 두개인두종. 뇌 중앙의 뇌하수체 부위에 3㎝ 가량의 종양이 커져가고 있었다. 지체 없이 5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수술 후 합병증이 문제였다. 승준이는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고, 뇌하수체 기능저하증이 발병해 3급에 해당하는 지적장애인으로 살아야 했다.

“전신마비가 오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죠.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는데 신앙의 힘으로 간신히 버텼어요.”

승준이 어머니 최금자(43)씨는 지옥과 천당을 오갔던 당시를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첫 수술 후 9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은 커져만 갔다. 두개인두종의 특성상 다른 종양에 비해 재발빈도가 높아 6개월마다 MRI 검사를 해야 하지만 가정형편상 한 번에 수십만원 하는 검사를 제때 해줄 수 없었다. 아침저녁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만 다섯 가지. 나아질 줄 모르는 건강상태와 가정형편 때문에 약을 거르기도 했다. 결국 2014년 두개인두종이 재발해 또 다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승준이는 이번에도 기적처럼 일어났다. 체력은 약해졌지만 더 강해진 정신력으로 탁구 라켓을 잡았다. 중학교 특수반에 재학 중인 승준이는 매일 오전 수업을 마친 뒤 밤 9시까지 탁구대 앞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탁구 스승인 김 감독은 “승준이는 지적장애가 있는데다 한쪽 눈만으로 쳐야하기 때문에 일반인의 20∼30% 정도밖에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어렵게 주는 공까지 잘 받아낸다”며 “이 만큼 성장한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승준이는 제대로 훈련한 지 1년 6개월여 만인 지난 4월, 국내에서 가장 큰 장애인탁구대회인 제19회 대한장애인탁구협회장배 전국장애인탁구대회에서 본선에 오르기도 했다.

서브 연습과 드라이브 훈련을 마친 승준이는 숨을 몰아쉬면서도 미소를 잊지 않았다. 기자에게 보여 준 손바닥과 엄지손가락 안쪽은 탁구 라켓을 쥔 자리마다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승준이는 “경기 하면서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잠깐 눈을 감고 기도를 하곤 한다”며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서 꼭 엄마 목에 걸어주고 싶다”고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탁구왕을 꿈꾸는 승준이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건강하던 아버지는 2년 전 간경화 진단을 받은 뒤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승준이에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어머니도 정규 직장이 아닌 방문판매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동생 승빈이도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아 경제적 부담이 더 커졌다.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 지원사업팀 김래홍 대리는 “정부가 장애아동 수당, 발달재활서비스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의약품, 재활치료비 등 ‘비급여 항목’ 비율이 높아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아동 가정을 위한 지원과 관심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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