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내일을열며

[내일을 열며-이기수] 중환자실 관리 강화하자

감염방지 진료 환경 갖춘 종합병원 적어… 중환자 전담 전문의 배치 등 질관리 중요

[내일을 열며-이기수] 중환자실 관리 강화하자 기사의 사진
“중환자실의 시설·인력·장비 기준이 강화된다. 신생아 중환자실에는 전담 전문의를 반드시 둬야 하고 중환자실의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제한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3일 입법예고했다. ”

2006년 7월 4일자 조간신문 기사 일부다. 문제 많은 중환자실 개선안을 담고 있다. 국내 병원들의 중환자실 면모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듯하다. 의료서비스의 아킬레스건이 중환자실 관리란 것을 확인해 주는 환자안전사고가 또 발생했다.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의 간호사 A씨(32)가 지난 15일 결핵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 당국은 최근 석 달 사이 A씨로부터 결핵균에 노출됐을 수 있는 신생아 166명과 동료 간호사 50명 전원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A씨는 최근 실시한 정기건강검진에서 결핵감염 사실을 알게 됐다. 기침과 같은 호흡기 증상은 없었으나 흉부 X선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났다. 객담(가래) 검체에서도 결핵균이 발견됐다. 지난해 검진 때는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중환자실은 병원 내 어떤 곳보다도 감염관리가 중요한 공간이다. 말 그대로 위중한 환자들이 입원, 치료를 받는 곳이 중환자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생아 중환자실은 면역력이 아주 약한 아기들이 병마와 싸우는 곳이다. 자칫 집단감염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의료진의 결핵감염이 비상사태로 받아들여지는 배경이다.

A씨의 결핵 감염경로는 역학조사를 통해 곧 밝혀질 것이다. 극심한 다이어트, 과로 등 A씨 개인의 문제이거나 의인성(醫因性), 즉 원내 감염에 의한 것일 수 있다. 어느 경우든 일어나선 안 될, 환자를 위험에 빠트리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안전사고의 ‘개연성’에 있다. 요즘 병원들은 장비 등 시설 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감염예방 노력이 필수인 의료서비스의 질 관리 분야에선 종합병원 간, 심지어 대학병원 간에도 편차가 크다는 게 문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지난 5월 발표한 ‘2015년 전국 종합병원 중환자실 진료 적정성 평가’ 자료를 봐도 그렇다. 병원 간 중환자실 관리 수준이 최대 2.3배나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은 전담 전문의 유무와 간호인력 적정 여부, 장비와 프로토콜 등을 기준으로 5등급으로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을 받은 1등급은 11개 병원에 그쳤다. 반면 사실상 낙제점이나 다름없는 35점 미만으로 5등급 평가를 받은 종합병원이 전국적으로 46곳이나 됐다. 뿐만 아니라 중환자 전담 전문의를 한 명도 배치하지 않은 병원이 178곳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환자실은 순간의 판단착오와 부실한 감염예방 및 치료가 생명을 좌우하게 되는 고위험지역이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 A씨의 결핵감염을 결코 한 개인, 한 병원의 문제로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메르스 사태로 홍역을 치른 지 1년 남짓밖에 안 지났다. 중환자의학 전문가들은 중환자실에 전담 전문의를 배치하면 감염 및 위기관리 능력이 배증, 각종 감염을 통한 패혈증 발생으로 인한 중환자 사망률을 대폭 낮출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환자실의 감염방지를 위해 한층 더 강도 높은 노력과 감시가 필요한 때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