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공공투자해도 기금 고갈 못 늦춘다”

국민연금 기금을 공공투자에 활용해 출산율을 올려도 2059년 연금 고갈을 막기 어렵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의 ‘국민연금 공공투자론’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더민주는 김종인 대표부터 앞장서 연금 기금을 저출산 극복에 쓰자고 주장하고 있다. 아이를 더 낳으면 이들이 훗날 연금 가입자가 돼 재정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종욱 선임연구위원은 19일 ‘출산율 제고의 국민연금재정 안정화 기여수준 평가’ 보고서에서 “2020년부터 출산율이 0.1명 또는 0.2명 올라간다고 해도 기금고갈을 1년도 연장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서 내다보는 2020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1.35명이다. 지난해는 1.24명이었다.

원 연구위원은 2020년 출산율이 예측보다 0.1명 높은 1.45명이 될 경우 2060년까지 연금 수입이 64조6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 더 태어난 출생아들이 성인이 돼 보험료를 내는 2040년부터 20년간 국민연금을 납부한다는 가정 하에서다. 만약 2020년 출산율이 예측보다 0.2명 높은 1.55명이 되면 2060년까지 연금 수입은 129조3000억원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이 정도 연금 수입 증가분으로는 2059년 예상되는 적자 규모를 메울 수 없다.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이 2059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358조9000억원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제3차 국민연금 장기재정 추계에서 이와 같이 예측했다.

원 연구위원은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을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에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출산율을 높이는 재원은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책연구기관 소속인 원 연구위원의 주장은 사실상 정부(보건복지부)의 입장으로 여겨진다. 더민주는 국민연금의 공공투자 활용을 위한 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하고 추진 중이어서 야(野)·정(政) 간 논쟁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지난 13일 20대 국회 첫 야·정 협의에서도 국민연금의 공공투자 활용을 강조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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