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히틀러 생가 ‘극우 성지’ 안돼… 오스트리아 정부 강제수용

신나치주의자들에게 성지로 통했던 독일의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1889∼1945)의 생가가 정치적 의미가 완전히 배제된 일상적 공간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12일(현지시간) 브라우나우 암인에 있는 히틀러의 생가 소유권을 강제수용하는 내용을 담은 몰수법을 승인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신나치주의자들이 이곳을 ‘히틀러 광장’이나 ‘히틀러 공원’으로 부르며 방문하는 데 따른 것이다.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만 집권당이 의석 과반을 차지한 데다 야당도 지지하고 있다.

강제수용 뒤 어떻게 사용할지는 논의 중이지만 정치적 의미를 없앤 곳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게르하르트 바움가르트너 오스트리아 저항문서센터 소장은 “아무도 사진 찍지 않을 곳, 예컨대 슈퍼마켓, 옷가게, 소방서 같은 곳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물을 철거하거나 교육적 의미를 담아 박물관으로 남기자는 의견도 있다. 철거는 문화재법 때문에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집은 수십 년간 오스트리아 정부가 매달 5300달러(약 608만원)를 지불하면서 장애인을 위한 모임 장소로 사용했다가 2011년부터 비어있었다. 정부가 소유주인 게를린데 폼메르에게 팔 것을 권했지만 거부당했다. 이번 결정으로 폼메르에게는 철도사업 추진 때와 비슷한 수준에서 보상비가 전달된다.

집 외부에는 “평화,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다시 파시즘이란 없다. 수백만명의 희생자가 이를 기억한다”고 적힌 기념비가 있다. 히틀러는 1889년 4월 20일 이 건물에서 태어난 뒤 세 살 때 이사 갔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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