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그냥 물이었는데 어느새 탄산수가 우리 일상에 자리를 잡았다. 병마개를 열면 톡 쏘는 가스가 올라온다. 물에 이산화탄소를 넣어 기포를 만드는 건 공기방울이 주는 청량감을 위해서다. 생맥주 거품도 비슷한 원리를 가졌다. 생맥주통에서 수도꼭지 같은 탭까지 맥주를 뽑아 올리려면 압력이 필요하다. 압력을 얻으려고 주입하는 이산화탄소가 거품을 만든다. 아일랜드 흑맥주 기네스는 이산화탄소와 함께 질소를 넣고 있다. 질소는 맥주통에 더 큰 압력을 조성해 더 미세한 거품이 만들어진다. 기네스의 트레이드마크인 고운 거품은 질소의 힘이다.
국내 커피숍에선 아메리카노가 가장 많이 팔린다. 지난해 스타벅스에서만 5180만잔이 팔려 9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올여름 그 인기에 균열이 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던 이들이 ‘콜드브루’란 커피에 눈을 돌렸다. 같은 블랙커피지만 뜨거운 물로 추출하는 아메리카노와 달리 찬물로 10시간 이상 우려낸다. 한국야쿠르트가 출시한 콜드브루는 석 달 새 700만병이 팔렸다. 이 콜드브루에 기네스처럼 부드러운 거품을 얹는 ‘질소 커피’가 등장했다. 생맥주 만드는 방법과 거의 같다. 커피통에서 커피를 뽑아 올려 수도꼭지 누르듯 탭에서 따라 마시는데, 질소를 주입해 고운 거품과 함께 커피가 흘러나온다. 질소가 커피 입자의 산화 속도를 늦춰 쓴맛과 신맛이 적다.
미국의 몇몇 커피숍이 4∼5년 전 개발한 질소 커피를 최근 스타벅스 스텀프타운 등 대형 업체가 앞다퉈 도입했다. 국내에도 이디야커피와 셀렉토커피가 상품화했다. 자체 개발한 커피숍도 늘고 있어 내년 여름이면 콜드브루에 이어 질소 커피 바람이 불지 싶다. 2년 전 ‘질소 과자’ 소동을 일으킨 무색·무취·무미한 원소가 미세먼지 문제에선 ‘질소산화물’로 등장하더니 이번엔 커피에 담겨 우리 일상에 끼어들려 한다. 질소 커피란 이름이 당황스럽긴 한데, 아무튼 쌀보다 커피가 많이 팔리는 한국의 ‘커피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게 생겼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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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태원준] 질소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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