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혜수 “배우가 내 길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벅차”

우리나라에 배우 김혜수(46)를 모르는 이가 몇이나 될까. 그의 존재감은 단연 독보적이다. 영화 ‘깜보’(1986)로 데뷔해 30년 동안 한결 같이 정상을 지켰다. 여배우의 대명사로 통하면서도 친근감을 잃지 않은 것은 김혜수이기에 가능했다.

작품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재작년부터 영화 ‘차이나타운’과 ‘굿바이 싱글’을 연달아 찍은 뒤 겨우 3일 쉬고 tvN 드라마 ‘시그널’ 촬영에 들어갔다. 두달 만에 촬영을 끝낸 뒤 또 3일 쉬고 차기작 ‘소중한 여인’에 합류했다. 인기리에 종영한 시그널은 사실, 일정 맞추기가 거의 불가능해 출연을 망설였던 작품이다.

제작 기간이 밀려 시그널 이후 선보이게 된 영화 ‘굿바이 싱글’에서는 오랜만에 코미디에 도전했다. 늘 톱스타였던 그가 처음으로 작품 안에서 톱스타 역을 맡았다. 극 중 연기한 고주연과 실제 김혜수는 직업 말고는 별로 닮은 점이 없다. 그러나 화려한 삶 이면에 감춰진 고민은 어느 정도 통하는 지점이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혜수는 “굿바이 싱글 촬영을 앞두고 유독 부담이 컸다”며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하겠다고 했지만 코미디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코미디 영화가 유행이던 1990년대 여러 작품을 찍으면서 스스로 좌절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캐릭터보다 장르 자체에 매몰돼 작위적이고 과잉된 연기가 나왔다. 김혜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냐고 놀라워하자 그는 “누구나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하지 않느냐”며 웃었다.

김혜수는 아역 시절부터 공백 없는 활동을 이어왔다. 평생 연기자의 길을 가야겠다는 확신이 든 순간은 언제쯤이었을까. 가볍게 건넨 질문에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솔직히 배우가 내 길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배우로서의 자질이 별로 없고, 성격도 (이 직업과) 맞지 않는다고 느낀 적이 많거든요. 꽤 오랜 시간 배우로 살았지만 지금도 너무 벅차요.” 배우 인생을 돌이키는 김혜수의 눈가는 이따금씩 촉촉해졌다.

배우를 계속할지 그만둘지 여부도 본인 의사에 달린 일이 아니라고 했다. 김혜수는 “(배우란) 대중 앞에 나서서 소통하는 일인 만큼 그들이 나를 봐주지 않고 ‘그만 됐다’고 하면 거기서 멈춰야 한다”며 “내 인생 바쳐 열심히 했다고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희 직업 자체가 그런 결정권이 없는 것 같아요. 어딘가를 떠나고 싶어서 떠나는 경우보다 머무르고 싶지만 떠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을 거예요. 이건 내 일임과 동시에 나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중이 생각하는 김혜수는 ‘솔직함’ 혹은 ‘당당함’의 표상이다. 타인의 눈에 자신이 어떤 이미지로 비춰지는지에 대해서도 그는 매우 태연했다. “솔직한 건 맞아요. 그런데 거침없진 않아요. 사실 전 거침 있거든요(웃음). 또 당당하다고 해서 매사에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죠. 맞는 부분도 있지만 실제로 그 정도까지는 아니기도 해요.”

그렇다면 훗날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으냐고 물었다. 김혜수는 이 역시 대중의 몫으로 돌렸다. 그는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해주시면 되는 것 같다. 그건 그분들의 권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많은 여성들이 꿈꾸는 롤모델인 거 아시죠?”

“이러다가 되게 실없는 이유로 무너질 수도 있어요(웃음). 그렇다고 해서 상처받진 마세요. 누구나 그럴 수 있으니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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