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경주 잇따라 방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한 닷새째인 29일 경북 안동과 경주를 찾았다. 충청과 영남의 지지를 얻어 대권을 거머쥔다는 이른바 ‘충청+대구·경북(TK)’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대권 행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즉답 대신 미소를 선택했다.

반 총장은 경기도 일산에서 열린 2016 국제로타리 세계대회에서 약 10분간의 짧은 기조연설을 한 뒤 곧바로 헬기를 타고 안동으로 이동했다. 30일 유엔 DPI NGO 콘퍼런스 참석차 경주로 가면서 잠시 들르는 비공식 일정이었다.

반 총장은 우선 서애 류성룡 선생 친형인 류운룡(柳雲龍)의 고택인 양진당(養眞堂·보물 306호)을 둘러봤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이 함께했다.

이어 류성룡 선생의 자택 충효당(忠孝堂·보물 414호)으로 이동했다. 당 안으로 들어서기 전 부인 유순택 여사, 김 지사 등과 함께 기념식수를 했다. 1999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방한 당시 심은 구상나무 바로 옆이었다. 반 총장은 여왕이 심은 나무를 보며 “아이고 참, 역사적인 영광입니다”라고 했다.

반 총장이 심은 나무는 상록수의 하나인 ‘주목’이었다. 안동시 측은 “주목은 나무 중 제왕”이라면서 “반 총장의 건승을 기원하며 하회마을 주민들의 마음과 뜻을 모아 주목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반 총장은 방명록에 ‘유서 깊은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 충효당을 찾아 우리 민족에 살신성인의 귀감이 되신 서애 류성룡 선생님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나가기를 빕니다’라고 적었다. 반 총장은 류성룡 선생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류왕근 하회마을 보존회 이사장으로부터 선생에 대한 설명을 듣다가 “(선생이) 영의정까지 지내셨는데도 거처가 없으셨군요”라고 했다. 임진왜란 시기에 외교활동으로 국난 극복에 기여한 류성룡 선생에 기대어 대권 주자로서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충효당에서 오찬을 마친 뒤에도 “(선생은) 조국을 사랑하는 아주 투철한 마음을 가지고 난국을 헤쳐나가신 분”이라며 “그분의 나라사랑 정신, 투철한 공직자 정신을 기리면서 모두 다함께 나라 발전을 위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을 방문했다”고 했다. 이를 두고 ‘대권 도전을 시사한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반 총장은 웃기만 하고 즉답을 피했다.

하회마을은 반 총장을 만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양손에 태극기와 유엔기를 든 시민들은 반 총장이 나타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반 총장은 하회마을에서 하회별신굿 탈놀이를 관람하고 경북도청에 잠시 들렀다 유엔 DPI NGO 콘퍼런스가 열리는 경주로 향했다.

반 총장은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도 국내 정치와 관련한 직접적인 발언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TK 의원 수와 경북 도의원 수, 정당 분포 등에 대한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행사에는 김 지사와 최양식 경주시장,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 김정재 김석기 당선인 등이 참석했다.안동·경주=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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