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혐오’는 부끄러운 일… 미워하지 마세요

입을 타고 괴질처럼 번지는 ‘여성, 남성 혐오(嫌惡)’. 부끄러운 일입니다. 혐오는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뜻입니다.

嫌은 싫어하다, 불만스럽다, 언짢다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벼 두 포기를 손에 쥔(禾+禾+又) 모양에서 아우르다, 겸하다는 뜻의 兼(겸)에 女(여)가 붙어 있습니다(벼를 한 포기 잡고 있는 글자는 잡을 병秉이지요). 오래전 글자가 만들어질 당시엔 여성이 농사일에 관여하는 걸 싫어했었나 봅니다. 여성이 힘든 일을 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 글자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惡는 악하다의 ‘악’자인데 미워하다, 싫어하다의 의미로 쓰일 때는 ‘오’로 읽습니다. 亞(아)는 두 번째인 ‘버금’의 뜻 말고 보기 싫다는 의미로도 쓰이지요. 둘이 돌아앉은 모양에 心(마음)이 붙었으니 ‘보기 싫어 돌아앉은 마음’이라는 뜻이겠습니다.

누구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행동은 강박관념이나 열등감, 욕구불만에서 오기도 한다지요. 인성 형성기의 성장 환경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겠습니다. 嫌이나 惡는 사람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써야 합니다.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는 ‘인간혐오(人間嫌惡)’라는 희극에서 17세기 상류사회의 경조부박(輕?浮薄·말이나 행동이 신중하지 못하고 가벼움)을 풍자합니다. ‘혐오’는 혹 이런 일그러진 군상들에게 쓸 수 있는 말 아닐까요.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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