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이 와중에… ‘GDP의 역설’ 力說한 이주열

이주열(사진)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국내 최고 경제 전문가들 앞에서 ‘국내총생산(GDP)의 역설(逆說)’을 역설(力說)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국책은행 자본 확충, 미국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 위기 상황인데 GDP 이야기는 다소 뜬금없다. 하지만 최근 통계청이 “GDP는 우리가 하는 게 옳다”며 “한은의 작성 권한을 넘겨 달라”고 공식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경제동향 전문가 간담회를 주최했다. 모두발언을 통해 GDP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며 발표될 때마다 치르는 홍역이 있는데, 과연 전망치 0.1∼0.2% 포인트 하락이 의미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이 총재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기사를 인용하며 GDP 통계의 한계점을 역설했다. 그는 “학원에 가지 않고 유튜브 무료 강좌를 들으면 효용은 높아지는데 GDP 통계는 감소한다”고 예를 들었다. 또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기존 택시와 호텔 서비스와 차이가 없는데 거래 특성상 GDP에 잡히지 않는다”고도 했다.

강연 결론은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GDP의 신뢰성이 더 의심받게 될 것이란 쪽으로 모아졌다. 이 총재는 “한은도 빅데이터를 통해 GDP 통계 추정 방법을 개선하고, 생활수준을 보다 더 잘 나타내는 지표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제동향 간담회에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전성인 홍익대 교수, 최강식 연세대 교수,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경제·경영 전공자들로서 GDP 세 글자만 나와도 한계는 물론 대안까지 말할 정도의 전문가들이다.

유경준 통계청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계정은 과거 통계청이 없던 시절 미 군정에서 중앙은행에 하라고 해서 한은이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유 청장은 또 “삶의 질 지표를 생산하고 국민계정을 보완하려면 통계청이 업무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으로서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셈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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