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유달산 아래에 높이가 60m쯤 되는 바위 ‘노적봉’이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어마어마한 양의 군량미처럼 보이도록 위장해 왜군들의 사기를 꺾었다지요.
노적봉은 북한산 백운대 옆에도 있고 설악산에도 있으며, 전국에 많습니다. 대부분 암봉이어서 암벽 타는 분들의 사랑을 받지요.
노적(露積)은 곡식 따위를 한데에 수북이 쌓는다는 말입니다. 밖에 쌓아둔 곡식 더미를 ‘노적가리’라고 하지요. 露는 이슬을 이르는 글자인데, 밖에 두면 이슬을 맞는다는 뜻에서인지 노출(露出), 노천(露天)처럼 ‘한데’라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이즈음은 식량이 동나고 햇곡식은 아직 익지 않아 궁핍함을 겪는 춘궁기였는데, 옛사람들은 바위산을 보며 ‘노적가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노적봉엔 이런 아픈 사연이 젖어 있지요.
아래는 조선 중기 문신 최경창의 전가(田家)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밥 달라 보채는 철없는 아이들 성화에 풋보리 바심을 합니다. 보리가 익을 때쯤은 남은 게 얼마 안 됩니다. 가불해서 먹었기 때문이지요. 형편이 나은 집 보리밭은 바람에 일렁이는데….
‘집에 남은 양식이 없어/매일 풋보리를 베어오네// 하도 베어다 먹어 얼마 안 남았는데/이웃 밭은 아직 수확을 하지 않았네’(田家無宿糧 日日摘新麥 摘多麥已盡 東隣猶未穫·전가무숙량 일일적신맥 적다맥이진 동린유미확).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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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노적가리였으면 하던 ‘노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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