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지켜보며 옥시레킷벤키저란 기업이 소비자를 어떻게 속여 왔는지 똑똑히 목격했다. 정화조 청소에 쓰는 유독물질을 검증 없이 사용했고, 소비자의 부작용 호소에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선전하며 10년 넘게 판매했다. 이런 행태를 규명하는 유해성 검사에선 결과를 조작하려 들었다. 옥시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데, 이번엔 자동차 업체 닛산이 소비자를 기만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경유차 캐시카이는 인증검사 때의 20배가 넘는 배출가스를 도로에서 내뿜고 있었다. 폭스바겐처럼 배출량을 조작했다고 한다. 그것도 지난해 폭스바겐 사태 이후 판매된 차들이 그랬다. 폭스바겐에 속은 소비자를 똑같은 방법으로 또 속인 셈이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우리는 이런 기업에 대응하는 몇 가지 방법을 알게 됐다. 징벌적인 손해배상 책임을 지워 엄청난 돈을 토해내게 하거나, 일부 피해자만 참여해도 전체 피해자에게 효력이 미치는 집단소송을 통해 소비자의 대항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 다 갖춰진 이런 제도가 우리에겐 아직 없다는 것도 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제조물책임법 개정안과 소비자집단소송법안은 19대 마지막 임시국회가 끝나는 20일이면 폐기된다. 기업에 책임을 묻는 제도가 미비하니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정부의 책임’을 외치게 되는데, 정부도 기업을 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어 미국 시장에선 고개를 푹 숙였던 폭스바겐이 한국에선 무성의한 조치로 일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소비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해 그래야 할 때다. 또 어떤 회사 어떤 제품이 내 안전과 삶을 위협할지 알 수 없다. 그런 기업은 시장에 발붙일 수 없다는 걸 보여줘야 안전한 제품, 정직한 제품이 시장에 나온다. 소비자의 힘이 결국 무엇이겠나. 옥시 닛산 폭스바겐 같은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이다.
불행히도 이 강력한 힘은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 닛산은 폭스바겐의 선례를 검토하고 있을지 모른다. 배출가스 파문 두 달 만에 폭스바겐은 수입차 판매량 1위에 올라섰다. 파격적 할인과 혜택을 내놓자 구매 행렬이 이어졌다. 어쩌면 지금 옥시는 2013년 남양유업 사태를 비롯해 불매운동 사례를 연구하고 있을지 모른다. 소비자의 분노로 시작됐던 불매운동은 번번이 시간과 할인 폭에 반비례해 흐지부지되곤 했다.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치웠던 홈플러스는 지난해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며 “500개 신선식품을 10∼30% 싸게 팔겠다”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소비자단체는 “한국인의 소비 행태가 오직 가격에 좌우된다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이렇게 모욕적인 상황을 더 이상 허락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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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옥시·닛산·폭스바겐… ‘소비자의 힘’ 반드시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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