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일반 대중에겐 왠지 어렵고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평범한 관객이 심사위원으로서 공연을 본다면 어떨까.
피아니스트 안드레아스 컨과 폴 시비스가 두 대의 피아노로 대결을 펼치는 ‘피아노 배틀’은 라운드마다 관객의 투표로 승자를 결정하는 독특한 콘서트다. 두 피아니스트가 각 라운드마다 쇼팽, 리스트, 드뷔시 등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면 관객은 공연장에 들어올 때 받은 흑 또는 백의 투표용지를 들어 의사를 표시한다. 승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음 라운드의 공연 방향이 정해진다는 점에서 관객은 심사위원인 동시에 프로그래머인 셈이다. 최근 국내 TV에서 공연됐던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이 시청자의 투표로 걸그룹 멤버를 발탁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를 프로듀서로 만들어 인기를 끌었던 것과 유사하다.
‘피아노 배틀’은 원래 2009년 홍콩시티페스티벌에서 관객이 클래식을 좀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계획된 이벤트성 공연이었다. 그런데, 관객의 큰 호응을 받으면서 중국과 대만 등 아시아권에서 잇따라 소개됐다. 2013년 대만 공연에서는 6000석의 공연장을 바로 매진시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아시아권의 인기를 바탕으로 독일, 룩셈부르크, 이탈리아, 미국 등 구미에서도 공연을 가졌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처음 소개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523석)을 바로 매진시킬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다. 안드레아스 컨과 폴 시비스가 세계적인 연주자가 아닌 것을 감안할 때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이다. 그래서 올해는 6월 3일 부천시민회관, 4일 안산 문화예술의전당, 8일 서울 예술의전당, 10일 울산 현대예술관 등 4개 도시에서 투어 공연을 가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피아노 배틀’을 초청한 스톰프뮤직 관계자는 “관객이 단순한 수용자인 기존의 클래식 공연과 달리 직접 참여해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피아노 배틀’의 가장 큰 매력이다”면서 “두 연주자들의 개성적인 퍼포먼스까지 곁들여져 관객이 클래식을 좀더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클래식 연주자와 마니아의 경우 ‘피아노 배틀’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토로하기도 한다. ‘전 세계에 피아노 전쟁이 시작된다’ 등의 자극적인 선전문구와 함께 오락 차원에서 클래식을 경연의 형태로 보여주는 점 때문이다.
연주자들이 겨루는 콩쿠르의 경우 거장들이 심사하기 때문에 평가가 권위를 가지지만 ‘피아노 배틀’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의 평가라는 점에서 감각적인 재미가 우선할 수 밖에 없다. 대중의 지지가 필수인 대중문화에서 ‘프로듀스 101’이 이해되는 것과 달리 전문성이 우선하는 클래식계에서 ‘피아노 배틀’은 이단적으로 보인다.
스톰프뮤직 관계자는 “엄숙한 클래식 공연이 아닌 하나의 재미있는 쇼로서 ‘피아노 배틀’을 봐줬으면 좋겠다”면서 “틀에 얽매이지는 않는 형식으로 클래식 관람층을 넓히는 것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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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심사하는 ‘피아노 배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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